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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Nov 03. 2023

상처는 지식이다

삶은 아픈 거라고


한때 삶을 과장하고 확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는 거나 다름없어서 스스로 감정의 칼을 갈아 내 몸 깊은 곳으로 쑤셔 넣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울지 않으면 발바닥을 때려 울게 하듯 나도 그런 절실한 생의 아픔을 원했다. 피가 흘렀지만 그것이 사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삶은 아픈 거라고 아프지 않으면 사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자위하면서 자해했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글쓰기란 살점을 도려내 내 안을 들어내는 행위였다. 모두가 보여지기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과장 덕택에 내 삶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열려버렸다. 인생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나는 내 마음을 봉합하는 법을 모른다. 삶은 내게 상처투성이가 되는 법만 알려주었다. 나는 그 마르지 않는 상처 위에 집을 짓고 방문을 걸어 잠근다. 무엇이 나를 응고되지 않게 하는 걸까. 나는 이 상처의 비밀을 알고 싶다. 하나의 지성으로 만들어 다시는 이런 아픔이 재생하지 않도록 나를 바꾸고 싶다.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상처들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붙여준다. 하나의 상처가 하나의 지성이 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이것들을 바라볼 것이다. 아프지 않으면 진실이 아니다. 상처는 지식이다. 나에게는 몹시 아픈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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