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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May 04. 2024

나도 알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도 안다. 내가 감정을 줄이고 좀 더 다정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지도 않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실없이 웃지도 않고 무게감 있게 행동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와 사람들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아직 누군가에게 잘 보일 생각이 없다.


내가 뭔가를 성취하고 나서도 그 영광을 가벼운 언어로 져버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기대를 하지 았았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왜인지 나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무섭다. 그래서 무엇인가가 진지해질랑 하면 일부러 그것을 가볍게 만드는 거 같다. 겸손보다는 오만을 떨어 나에 대한 기대를 낮춘다. 나를 싫어하게 하는 데는 그게 더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기형적인 마음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형성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 잘 살고 싶지도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내가 불안을 숨기고 사람 좋은 척을 하고 오버하지도 않고 적절하게 예의를 갖춘다면 지금보다 삶이 훨씬 부드러워질 테지만 도대체 인생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관계들이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신물이 난다. 내가 그러한 스탠스를 취해야만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답답해서 지금 이렇게 못난 모습들까지도 여과 없이 들어내는 거 같다. 그것은 나의 타고난 청개구리 성향에서 오는 반골이지만 나는 왜 그럴때마다 해방감을 느낄까?


아이러니컬 하지만 내 관종짓은 내 진짜를 들키기 싫어서 하는 짓인지도 모른다. 어떠한 캐릭터를 만들어 그 캐릭터에 관심을 돌리게 해 진짜의 나를 보호하는 일종의 위장술인 것이다. 물론 언젠까지나 이렇게 살 수 없다. 나도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할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닌 거 같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세계를 넓히고 싶다. 나에게는 자유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연습이 끝나면 이런 불안한 나를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봐 줬던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 아름 안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웠다고. 지금 이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라고. 나는 나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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