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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써 Dec 06. 2023

마음의 상처도 후벼파지만 않으면 금방 나을텐데

살다 보면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작은 상처들을 몸에서 발견한다. 웬만한 상처는 약을 바르거나 밴드를 붙이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냥 낫는다.


조금 큰 상처도 회복될 수 있다. 만약 야외에서 생긴 상처라 흙, 모래 같은 이물질이 묻었다면 수돗물 등으로 제거해 주면 좋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건 손으로 상처를 만지지 않는 거다. 손에 있는 세균이 상처로 들어가면서 2차 감염이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염증이나 흉터가 심해진다.


작가 pvproductions 출처 Freepik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상처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해 주듯이 기억을 떨쳐내 주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면 된다. 나에게 상처가 있었더라도 다음 순간의 기쁨을 즐기면 상처는 금방 아문다.


그런데 나는 상처를 자꾸 만져 덧나게 했다.


나는 왜 그렇게밖에 대응하지 못했을까?

이런 일을 당하다니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


계속 상처받은 기억을 곱씹고, 나쁜 해석을 덧붙여 상처에 두 번 세 번 세균을 감염시켰다. 그러다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이었던 작은 상처가 결국 흉터가 되었다.


마음에 남은 흉터는 트라우마가 된다. 비슷한 상황만 되면 또 상처를 입을까 겁난다. 이제는 비슷한 상황도 피하고 싶은 데까지 와 버린 것이다.


상처를 후비지만 않아도 금방 나을 거였다. 그런 작은 상처는 이겨낼 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 이렇게 작은 상처를 흉으로 만든 건 나였다.


내 주변에 큰 상처를 주는 악랄한 인간들도 많았다. 그 인간들에게서는 도망가기로 마음 먹었고, 그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서는 도망갈 수 없다. 작은 상처는 악의 없이도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있어서,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몰라서 생긴다.


누구에게도 악의는 없었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접점을 만드려다 보니 상처라는 사고가 생기는 거다.


이런 사고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더해주는 좋은 상처가 된다. 나는 그 사이에서 굳은 살을 키워가고, 그 상처에 아픔을 느끼지도 않을 만큼 성장해야 한다.


작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로 만들지, 흉터를 남길 가해자로 만드는지는 오로지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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