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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써 Dec 10. 2023

빵집 리액션 합격 목걸이 받았습니다

집 근처에 좋아하는 빵집이 있다. 꽤 오래된 곳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맛있게 만든다. 한동안은 호두 식빵에 빠져서 일주일에 두 번을 사 먹기도 했다. 이 정도면 중독 수준인 거 같아서 좀 자제하고 있었다.


동생이 동네 빵집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보고 싶어 했다. 동네 빵집치고는 매장이 넓고, 빵 종류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동생은 트레이와 집게를 들고 이거 살까 저거 살까 신중히 고민하며 빵을 골랐다. 나도 옆에서 이걸 먹어봤고, 저게 맛있게 하며 정보를 알려주었다. 빵을 다 고르고 계산을 위해 카운터 위에 올려 두자 점원 아주머니께서 포스기를 작동하시면서 우리가 고른 빵을 쓱- 스캔하셨다.


“젊은 사람들이라 그런가 맛있는 거 잘 알고 있네. 이 쪽파 크림치즈 베이글도 맛있고, 이것도 맛있고”


“아 진짜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기대가 되는데요?”


동생이 대답하자,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이걸 제일 먼저 골랐어요.”


아주머니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시더니 카운터 밑에서 뭔가를 쓱- 꺼내셨다. 3개 들이 누네띠네 빵이었다. 쇼미더머니 경쟁 프로그램에서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를 주듯이 우리에게도 서비스를 주셨다.


“우와! 감사합니다!”


고작 빵을 4개 샀을 뿐인데, 누네띠네 1개를 서비스로 받은 거였다.



나는 동생의 리액션이 꽤 괜찮았기 때문에 점원 아주머니가 기분이 좋으셨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동생의 노력이 한몫 했다.


“우리 앞에 분한테 서비스 주는 걸 보고, 혹시 우리에게도 줄까 싶어 리액션을 더 열심히 했지.”


우리가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앞에 계시는 분이 케이크를 사가셨는데, 그분도 서비스 빵을 받았다. 나는 그걸 보고도 케이크는 비싸기도 하고, 점원 분이랑 아는 사이라서 그랬겠거니 하고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케이크를 사 간 분은 점원 분이랑 사우나에서도 마주치지 않았냐며 반갑게 인사를 했었다.


“대박! 엄청 적극적이야! 해냈구나!”


나는 동생에게 따봉을 날렸다. 그런데 동생이 갑자기 이런 걱정을 했다.


“혹시 우리가 산 빵들이 마진 많이 남는 거라서 주신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우리 대화 재밌었고, 좋은 일이 생겼어.”


“그래. 맞아~”


동생과 내가 평소에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그래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긴 한데, 가끔 울적해지면 땅꿀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서로가 꺼내준다.


“언니! 어쨌든 언니 건강하고, 가족들도 큰일 일으키지 않고, 잘 살고 있잖아. 지금 당장 눈앞에 뭐가 안 보여서 힘든 건 아는데, 너무 걱정하지마!”


“동생아! 저 사람이 그렇게 나쁜 의도를 가진 거 같진 않아. 아니, 나쁜 의도를 가져봤자. 널 어떻게 할 거야. 더 심하게 굴면 내가 쫓아가서 패줄게(절대 안 팸)”


멘탈이 건강하지 않을수록 생각이 길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의도를 나쁘게 해석하기 쉽다.


좋은 일이 있었으면 그렇구나로 끝내고, 나쁜 일이 생기면 괜찮아지겠지로 끝내는 버릇을 들여야지. 그렇게 하면 내가 틀릴 수는 있어도, 확실하게 행복해질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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