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ㅄ들만 만날까?
인문학적,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는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 때, 농경사회가 시작되고 정착생활이 시작되는 그때, 권력이 생기고 문명이 발달하며 치수가 중요해지는 시기 때, 그리고 현재 모든 역사적 사실을 거슬러 보면 우리는 그 안에 관계라는 단어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서로 네트워킹 하며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굉장히 중요하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나에게 안정을 주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어쩔 수 없이 맺어야 하는 관계 등 내가 어디다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페르소나는 바뀐다.
오늘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꼭 트러블이 일어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대처하는 자세를 나눠보도록 하자.
어느 직업을 선택하든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맞지 않는 것인지는 다른 문제이다. 또 이직을 할 때마다 불편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딜 가나 또라이가 꼭 있어 그런데 어느 집단에 또라이가 안 보인다면 나일 확률이 높다."
내가 기업이나 학교현장에서 교육을 할 때 관계에 대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면 여지없이 나오는 말이 “코드가 맞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요.”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이 맞는다는 것. 과연 모든 인간이 가진 다름이 같음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우리가 말하는 코드가 맞다는 것은 무엇일까? 농담, 개그, 취향, 취미, 시야, 맛, 좋아하는 음식 등등 무수히 많은 것들이 나와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체크한다. 탐색을 통해 나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그 관계는 당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는 관계라면 우리는 거기서부터 관계의 실패 유무를 따져봐야 한다. 반면에 코드가 잘 맞으면 우리는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관계는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한다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생기면 잘 맞지 않는데도 잘 지내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결혼 한 부부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서로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양말을 벗는 것부터,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산다. 이혼하는 부부들 그리고 잘 맞지 않아 이별하는 커플들의 이유를 살펴보면 성격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하는 코드가 맞았다면 이혼이나 이별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관계야 말로 인간을 설명하는 제일 복잡한 회로라고 말한다. 어떤 회로가 망가져도 우리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관계라는 회로가 망가지면 우리는 거기서부터 무기력, 우울증, 신경증, 공황, 공포 등 마음의 병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관계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은 왜 나한테만 싫은 소리를 할까요?”
상담소 운영을 하고 있을 때 한 내담자가 나에게 짜증 내는 어투로 말했다. 그 내담자는 어떤 일을 하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짜증을 내고 싫은 소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칭찬은 들어본 적 없고, 성취나 성공경험도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내적 에너지가 많아 싫은 소리를 듣거나 짜증 나는 말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살펴보면 직장 내에서 많은 시달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저 내담자에게 “왜 저렇게 못되게 굴지?”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관계의 이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 내담자는 업무시간에 자신의 할당량을 다른 사람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또 주변 평판이 좋지 않고,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지각을 많이 하고,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일어나는 일에 뒷수습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질타를 받거나 싫은 소리를 듣기 일쑤다. 이런 이면의 행동들을 본인이 인지하고 말로 꺼내면서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늦은 이유를 수백까지도 더 들 수 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도 굉장히 많다. 누구나 어떤 일이 잘못되었거나 자신이 공격받을 때 우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승화, 합리화, 통제, 수동 공격, 억압 등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춤으로 만들어진 이화 방어기제도 존재한다. 이런 방어기제들은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다 사용해봤다. 방어기제 검사를 하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알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방어기제만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공격받는다 느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합리화를 하고 변명을 하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변명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변명이 확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의 내담자의 말처럼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나는 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은 자기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위의 내담자가 나와 함께 자기를 인정하는 일부터 함께 작업을 시작하고 많이 호전되었다. 내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 계속 지각을 하는 이유, 사람들의 말이 불편한 이유 등을 살피며, 한걸음 한걸음 차근히 접근해 나갔다. 처음에는 단 한 가지도 인정하지 못했다. 잘되면 내 탓이고 안되면 남 탓이었다. 하지만 잘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다 내 책임이라는 사실을 자신이 인정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해야 하는 할당량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내담자의 시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관계를 좋게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질문한다. 스킬의 문제라면 경청을 배우고, 아이컨텍을 배우고, 배려하고, 긍정적이면 된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관계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언젠가 그 관계도 숨어있는 내가 들키지 않는 만큼까지만 진행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무언가에 불편한 이유, 불안한 이유, 거슬렸던 이유 등등 변명이나 합리화가 아닌 나 자신이 느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건강하게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질문했다.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네 담아주세요”
-“당연하지 그럼 그냥 맨손으로 들고 가라고?”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십니까?
자신의 어떤 부분의 꼬여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대접하지 못하고 대접받기만을 원한다면 어떤 관계는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어떤지를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지를 판단하고 인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