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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우경 Jan 21. 2019

무신 거옌 고람 신디 몰르쿠게?

농한기 자전거여행

농한기 농부는 주로 전업주부지만 가끔 자전거여행자가 된다. 거기가 제주인 건 따뜻한 남쪽나라인 때문. 섬을 돌다가 작은 포구 다방에 들렀다. 마담은 쫄바지를 보더니 어머, 별꼴이야 하는 표정. 그러거나 말거나 커피 한 잔이요.


-어디서 오셨어요?
커피를 들고 와 자연스럽게 옆에 앉는다.  그런데 마담누님, 맞은편 빈자리가 편하지 않을까요? 
-경북 봉화라고 아실래나요. 
-아, 노무현 대통령 거기마씨?
-거긴 봉하구요.


사람 사는 속내야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면서도 저 바다의 사정이 궁금해 들어간 다방. 저 작은 포구에 배를 대는 동네 어부들의 사랑방인 듯한데 마담은 뭍사람들이 귀찮다. 
-카페도 많은데 다방엘 오셨네요.
-카페나 다방이나 누가 커피 마시러 오나요. 이바구하러 오지. 
-혼자와서 이바구는 무슨. 내가 이바구해줄 테니 나두 커피 한 잔. 


커피 대신 비싼 쥬스를 놀래미똥만큼 담아 온 마담은 이 쫄바지 여행객이 시답잖다.
-자전거 타면 힘들지 않아요?
-대신 바다를 실컷 보잖아요. 
-오늘은 날이 좋아 자전거지만 바람 많은 날에는 앞으로 밟아도 뒤로 갈걸요. 


그랬을라나. 그래도 이만큼이나 왔는데. 바람이야 늘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저 오랠수록 빛나는 바다를 보러 이곳 제주까지 왔는데. 사실 빛 따윈 헛것이고 바다는 텅 비어서 그물엔 자주 절망이, 드물게 옥돔이, 그래서 이 다방에는 얼굴주름마다 염전을 일구는 늙은 어부들만 죽치고 있다는 사실쯤 다방 문을 여는 순간 알아버릴만큼의 나이를 먹었는데. 그래도 제주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내 자전거는 가끔 뒤로 가려나.


-그런데 마담은 제주 사람이 아닌가봐요. 사투리를 안쓰시네요.
-사투리 말이우꽈? 제주도 사투리 말호민 무신 거옌 고람 신디 몰르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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