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공부하는 이유와 PM의 길에 들어선 이유
요즈음 나의 삶은 직장과 퇴근 후의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근길에는 리디북스로 책을 읽거나 재테크에 관련된 유튜브를 본다. 직장에서는 프로덕트에 대한 분석과 기획, 마케팅/MD팀 분들과의 의견 조율, 개발자/디자이너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프로덕트 구현 등 서비스기획자이자 프로덕트매니저의 시간을 보낸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7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간단한 운동과 파이썬 공부, 미드쉐도잉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에는 블로그에 나의 의견과 생각을 남기고, 영어공부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한 개발자 분과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작하기로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 쉬고싶은 마음 등으로 빼먹는 날도 많고, 쉽게 늘지 않는 데이터 분석과 영어 실력에 때로는 지침과 약간의 불안을 느끼지만, 나는 일상을 공부와 성장, IT에 관련된 시간으로 채우고자 마음 먹었다. 오늘은 왜 내가 이러한 삶의 방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하필 IT의 세계에 들어와 프로덕트매니저가 되고 싶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했다. 교수님들은 영화감독, 기호학자, 문학비평가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는 기호학과 기획 수업들을 좋아했다. 기호학이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상징과 의미구조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은자를 애도하기 위해 검은색 의복을 입고, 빨간불에 정지하는 등 사회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상징기호의 발생 과정과 규칙성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기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은 마케팅/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인지구조에 관심이 많으셨고, 인지기호학과 UX를 접목하고자 노력하셨다. 자연스럽게 나는 게임과 마케팅, App 등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구조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군대를 전역하고는 문서에만 머무르는 프로젝트에 한계를 느꼈고,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비용과 재료가 적게 들고 시간을 쏟으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건 IT였고, 그렇게 나는 IT의 세계에 첫 발을 딛게 되었다. 대학교를 한학기 휴학하였고,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갈 사람들을 찾았다. 대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전공생들을 모았고, 프로젝트팀 '퐁'이 시작되었다.
처음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기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나름 열심히 생각하고 만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서비스는 되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나름의 의미를 간직한 '안심귀가 서비스, 인하가디'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후에는 팀원들과 공모전 등에 참여하여 게임App을 통한 공익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IT서비스를 접목한 프로젝트들을 지속해 나갔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던 중, 이전에 알고 지내던 기숙사 룸메이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니 R&D 정부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함께 하자는 제의를 하였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정부지원 사업의 기획서를 작성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고, 당당히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1등을 했으며, 생애 첫 장관상을 받았다. 나는 이 시절, 아마도 빛났던거 같다.
이후에 자연스레 팀원들과 창업을 하게 되었다. 상들과 지원, 투자를 받았고 팀원들과 함께 만든 제품이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경험도 가졌다. 만나본적도 없던 교수님과 파트너분들의 따듯한 도움으로 서비스를 만든 과정들, 처음 대기업과 계약을 맺어 서비스를 시작하던 날,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이 생생하다. 감사했고, 감사하다. 2~3년이 흐르며 2개의 서비스를 런칭하였고 그 시간동안 함께 시작한 팀원들이 떠나가기도 하였다. 동시에 새로운 팀원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안정되기도 했고, 수입도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배움과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공동창업자였기에 나는 PM이자 관리자로써 영업부터 기획, 운영까지 다양한 일들을 관리했고, IT서비스임에도 디테일하고 전문적인 요소들을 모두 챙기지는 못했다. 프로그래밍과 PM에 관련된 지식들을 쌓아가고 싶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에 집중하지도 않았다. 마지막까지 함께한 공동창업자 친구와 배움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했고, 나중에는 꼭 대학원을 가거나 IT서비스의 기획/매니징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던중 2020년 코로나가 퍼졌고, 공동창업자에게도 예상치못한 일들이 생겼다. '20년 여름, 채용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던 날, 우리팀은 해체되었고 나는 생전 처음 취업을 하게 되었다.
2~3년의 창업을 통해 배운 것을 꼽으라면 첫번째는'배움과 성장에 대한 태도'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지속적인 배움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상과 상금, 투자금, 매출 등 어린 나이와 실력에 비해 받게 된 것들은 나를 조금 자만하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나는 열심히 바쁜 시간을 보낸다는 착각과 핑계 속에 무언가를 배우고 기록하고 남기는 것에 게을렀었다. 늘어난 몸무게도 이런 게으름을 보여주는 것일테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쉬웠고 지금도 아쉽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배우고 성장하며,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상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내가 공부를 지속하고자 노력하는 원동력이다.
두번째는 '협력과 사람의 중요성'이다. 팀을 운영하고 서비스를 만들어가며, 나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한 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다. 또한 팀원들과 어떻게 원활한 협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조금의 배움을 얻었다. 이러한 배움들을 종합하여서 나만의 사람과 협력에 대해 정리된 생각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러한 문화와 태도를 좋아하고, 나 또한 이러한 팀원이 되고싶다.
-성장과 배움을 열망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실되고 배려가 있는 의논과 토론을 지속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전문성과 존중에 기반한 협력이 중요하다.
-나의 생각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방향성을 인지하는 것이 아닌, 의도와 근거를 함께 공유하고 '공감'에 기반한 협업이 중요하다.
-사소한 의견과 생각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중요한 요소일 수록 사소하더라도 명확한 의도를 전달하고 논의하는 것이 좋다.
-짜증과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평온하거나 친절한 감정으로 팀원들과 협력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이러한 길을 거쳐 다시 주니어 서비스기획자가 되었다. 탑다운 혹은 바텀업으로 제기된 이슈 중 CTO님의 리드를 통해, 기획을 진행하고 유관부서와 논의하며, 의도와 히스토리를 정리하고, 디자이너/개발자님과 소통한다. 나름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기획에 있어서도 매일 부족함을 발견하고 느낀다. 지식의 깊이가 낮기에 프로덕트의 기획에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지 못해 예정보다 긴 시간을 투여하여 기획서를 완성시킬 때도 많고,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지 못할 때도 많다. 백오피스를 기획할때는 데이터구조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아쉬울 때가 많고, 때로는 개발, 디자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더 많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한다. 인터뷰/설문조사 등의 방법론을 더 연구하여서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때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제품은 팀에 의해 만들어지고, 모든 것에 때가 있음을 나는 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지식을 가질 수 없고, 한 사람에 의해 정확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 앞에서 말한 수많은 실수들과 결점들은, 결국 나보다 더 나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진 팀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이고, 나에게 제기된 것들이다. 이를 결함의 발견으로 볼 수도 있으나,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도움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
또한 인터뷰, 실험, 고객조사 등 수많은 방법론 중 팀의 리소스와 상황에 따라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시행할 수 없거나 부족한 부분들은 경험이 많은 분들의 글을 통해 간접체험 해야할 수도 있다. 반드시 A라는 방법론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제 이 방법론을 시행해야 하는지, 지금이 아니라면 왜 그런지, 지금 준비해야 한다면 왜 그러한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여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 어느것도 그냥 결정되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내가 할 일은 결국 팀원들과 더 깊은 신뢰감을 쌓고, 함께 공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기획자라는 직군이 PM의 역할을 일부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결국 제품과 사용자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에 기반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당연히 기획자인 나도, 탑다운으로 하달된 개선일정으로, '왜 지금' 이걸 개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도 많다. 그러나 항상 나름의 이해를 가지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한다. 그래야만 기획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고, 나중에 서비스가 가야할 방향을 조금이라도 그려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러한 태도를 팀에 전염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은 계속 부족할 것이지만, 동시에 계속 성장한다. 시간이 없기에 배우는 것을 할 수 없다는건 핑계에 가깝다. 느리지만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개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제품은 팀에 의해 만들어지고, 팀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를 팀원들과 나누고, 사소한 언행들에서도 신뢰와 배려가 묻어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이러한 태도들이 Azile을 방법론을 넘어, 문화로 인식하는 단계라고 나는 믿는다. 기술과 지식을 함께 쌓고 배우는 것을 지속하되, 제품과 팀을 대하는 태도와 신뢰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도 매일 체득하고 기록하고 싶은 이유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요즘은 영어와 데이터분석, 개발에 관심이 많다. SQL에 관련된 독학책을 2권 정도 배우고, 인프런으로 강의를 들었다. 최근에는 Python을 통한 데이터분석을 알고 싶어서 인프런 강의를 초급부터 배우고 있다.
언젠가 글로벌 서비스를 기획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꾸준히 하기도 힘들고, 자신은 없지만 아주 천천히 쌓아나가고 싶다.
최근 관심있는 주제는 UXWiting과 정보의 민주화에 대한 관련성이다. 나의 전공은 주로 구조주의를 다루는데, 그렇기에 나는 하나의 주제를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걸 좋아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이런 생각들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블로그를 시작하며, UX와 IT제품에 대해 나만의 관점을 녹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써지지 않아 언제 업로드할 수 있을지 모르나, 꼭 다뤄보고 싶은 주제다. 더 직관적이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진 책제목들, App의 UXWriting, 쉬운 증권, 영상물 등 편리한 정보전달이라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일까? 트렌드는 아닐까 등의 생각을 남겨보고 싶다.
또한 요즘은 프로덕트의 비즈니스모델부터 UX, 방향을 아우르는 분석을 진행하여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제품은 UX와 기능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기에, 사업의 전체방향성의 흐름에 맞춘 분석이 필요하다.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고, 나의 실력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하나하나 채워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