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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Dec 05. 2023

하루 분유 천미리, 괜찮을까요

23.10.24 잘 먹어도 걱정, 안 먹어도 걱정인 육아의 세계


훌쩍 큰 지구를 보며 종종 더 어릴 때의 지구를 그리워하곤 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로는 지구가 요즘 아주 포동포동해졌다는 사실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상위 50%정도의 아주 일반적인 몸무게로 태어났으나 만 4개월하고 절반을 넘긴 지금 몸무게는 신생아 백분위표 기준으로 상위 5%에 들어간다.


물론 놀라울 건 없다. 나의 어릴 적 백일이나 돌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포동포동하고 근엄했기 때문에 지구 또한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가 태어났을 때에는 아내를 더 닮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어릴 때의 나와 판박이라 오히려 친근감이 더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살이 키로 간다'는 어른들의 황금률에 따라 잘 먹고 살집이 두툼한 것이 미덕이었기에 어머니께서도 마음껏 수유를 하셨고, 내가 지구만했던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빈 젖병만 대여섯 개가 쌓여있기도 했단다. 옛날의 기억이니 믿거나 말거나지만.




하지만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온갖 정보가 모인 유튜브와 블로그, 앱에서의 방법론들을 긁어 모아 먹텀도 관리하고 수유량을 체크하고 있음에도 우리 지구는 아주 복스럽다. 사실 그 많은 일반론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해둔 양을 다 먹었음에도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서럽게 우는 모습에 어느새 나는 허둥지둥 분유를 추가로 타고 있는데 말이다.


보통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천미리는 가급적 넘기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던데, 지구를 재우고 베이비타임 앱을 켜 하루 수유량을 확인하면 천백미리, 때때로 천이백 미리까지도 나올 때가 있다 보니 그래도 부모이기에 걱정이 될 때도 있다. 4개월 분태기(분유정체기)는 정녕 신기루란 말인가?


하지만 인터넷의 정보들을 전부 믿을 수도 없다 보니, 역시 가장 정확한 것은 소아과에 가 보는 것이다. 마침 4개월차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니 그때 정확한 지구의 상태를 확인하고 소견을 들으면 되겠다. 단순히 수유량만 보기 보다는 키와 몸무게, 신체적 상황도 복합적으로 봐야 할 테니.


다시 돌아와서, 지구가 지금 포동포동하지만 내 결론은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이뻐하고 즐기는 것이다. 어차피 나도 중학생 이후로 살이 키로 간 덕분에 성인이 된 후로는 항상 보통 체형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어른들의 황금률에 부합하는 케이스이다. 그러니 지구도 '비만이 되면 어떡하지, 살이 안 빠지면 어떡하지' 하며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마냥 살이 쪘다라고도 생각되지 않는 게, 되집기 시도를 하면서 플랭크 자세를 한다던가, 목욕할 때 손으로 물을 첨벙첨벙하여 주변을 물바다로 만든다던가 하는 모습을 볼 때 힘이 아주 좋다! 아마 살크업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고 있다.


이제 간간히 되집기를 성공하면서 슬슬 활동량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미숙한 단계이지만 곧 자유롭게 뒤집기-되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한다면 몸무게 관리가 더 잘 되지 않을까?




비단 수유량 뿐 아니라 육아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걱정이 된다. 그럴 때 인터넷을 찾아 보면 안심이 될 때도 있지만 불안감이 증폭될 때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너무 단면만 보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으려 한다. 그것보다는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지구의 컨디션이나 지구와의 교감에 더 집중하여 상태를 확인하고, 정 걱정이 된다면 병원에 가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둘째가 생기면 병원에 훨씬 덜 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첫째는 말 그대로 처음이기에 사소한 문제도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에 자주 가는데, 둘째부터는 심각성에 대한 판단을 어느정도 부모가 할 수 있어서 필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한 편으로는 '사소한 증상에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르게 보려고 한다. 그냥 첫째이니까 첫째처럼 키우면 되지 않을까? 사소하더라도 걱정이 되면 병원을 가서 의사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나면 또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아빠 공부도 가을처럼 조금씩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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