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30 분리수면 시작의 기쁨도 잠시..
시간은 항상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시간에는 가속도가 있어, 처음에는 조금 느리게 흐른다 싶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다.
1개월차는 바뀐 생활패턴에 대한 적응과 육아에 대한 배움의 시기였다면 2개월차는 본격적으로 전담육아 라이프를 실행해나가는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빨리 흐를 뿐더러 피로도 누적되어 그런지 11월에는 일기를 두 편밖에 적지 못했다.
지구의 발달과정은 아주 순탄하다. 불과 지난달에 뒤집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뒤집기와 되집기가 가능하고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온 몸을 써서 매트 위를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허리 힘이 강해져서 아기의자에도 제법 잘 앉아있고 요즘엔 슬슬 앉으려는지 인어공주 자세를 하며 몸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유식을 시작한 지는 3주차인데 어느새 중기이유식에 해당하는 정도의 질감도 곧잘 먹는다.
아이의 성장이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가 단연 지금 시기가 아닐까 싶다. 혼자서는 한 뼘도 움직이지 못하다가 어느새 뒤집고, 배밀이하고, 기고, 앉고, 그러다가 마침내 일어서겠지. 이런 시기를 온전히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애로사항도 있다. 성장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의 성장통도 동반한다는 뜻이다. 현재 나와 아내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수면이다.
백일경부터 아내가 수면교육을 잘 시켜놓은 덕분에 지구는 밤잠을 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해진 의식을 행한 후 안방 아기침대의 옆잠베개에 눕히면 이내 잠들었기 때문이다. 새벽에도 보통 한 번만 깼고 많아야 두 번이었기에, 오후 7시경부터는 어느정도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가 성장함에 따라 수면 환경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뒤집기가 자유로워지자 어느 순간부터 옆잠베개를 탈출하여 아기침대에서 뒤집기를 시도했다. 아기침대는 신생아부터 쓰는 것이기에 뒤집기를 할 공간이 안 나왔고, 슬슬 미리 지구방에 준비해놓았던 슈퍼싱글 사이즈의 데이베드에 재우기로 했다.
그것이 지난한 수면부족의 시작이었다. 넓은 침대에 지구만 덩그러니 내려놓고 자게끔 만드는 것은 힘들어서 아내는 매일 한 시간도 넘게 지구와 씨름했다. 때론 울려보기도 하고 때론 함께 누워 재우기도 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어떨 때는 빨리 잠든 반면, 어떨 때는 한 시간을 내리 울다 지쳐 스러지듯이 잠들기도 했다.
더욱 곤란한 부분은 자다가 밤 혹은 새벽에 깰 때이다. 기존에는 옆잠베개와 같이 몸을 고정시키고 잠과 연관된 앵커가 있었기에 수면을 유도하는데 용이했지만, 지금은 어차피 완전히 잠든 상태가 아닌 이상 옆잠베개를 사용해 봤자 기를 쓰고 탈출하기 때문에 침대 위에는 아무 것도 놔두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 정한 자세로 잠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어려우니 계속 우는 것이고.
수면 패턴을 잡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ing인데, 요즘은 완전분리수면에 대한 의지를 한 단계 내려놓고 새벽에 지구가 깨서 울면 그냥 지구 침대에서 함께 잔다.
얼른 우리와 지구 모두 통잠을 자는 그날까지!!!
<좋은 점>
- 지구와 교감할 때 나를 보고 웃는 횟수가 늘어남(아빠와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해짐)
- 아기의자에 앉기 시작하면서, 지구가 깨어있는 동안에도 편히 식사를 할 수 있게 됨
- 이유식을 잘 먹음
<어려운 점>
- 수면패턴의 혼란으로 인한 수면부족
- 피부에 올라오는 게 많은데, 최적의 보습과 온습도조절이 여전히 어려움
- 엎드려 있는 기간이 늘어나 토를 자주 하기 시작했음
<잘 한 점>
- 아내의 이유식 플랜과 제조에 맞춰 이유식을 잘 먹인 것
- 프뢰벨 전집을 활용하여 잘 놀아준 것
<개선할 점>
- 피부 개선과 수면교육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