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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열 Mar 10. 2023

커피 들고 출근하는 신입사원이 꼴보기 싫으면 꼰대?

꼰대를 판별하는 몇 개의 간단한 기준

나 꼰대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하나가 화제다. 내용인즉, 입사한 지 20일 정도 된 신입사원이 커피를 손에 들고 출근하는 모습이 거슬리는데, 이것도 꼰대 마인드냐는 물음이다. 댓글을 내려 읽다 보면 (적어도 블라인드에서는) 이미 판정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다른 이견 없이, 글쓴이가 꼰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쓴이가 댓글들을 보고 '아, 내가 꼰대였구나'하고 깨닫거나 자신이 꼰대라는 의견을 받아들일 리는 거의 없다. 어차피 글을 올린 이유가 스스로 자신에게 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목적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올린 것은 '그건 꼰대짓이지'라는 지적에 대해 자신에게 동의하는 의견이나 몇 개 건지려는 의도였을 테다. 


글쓴이는 본인과 비슷한 의견을 찾지 못한 것일 뿐, 여전히 자신이 꼰대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자신의 의견과 통하는 단 하나의 의견만 나와줘도 모두가 다 꼰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꼰대 마인드가 아니라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다고 자신을 합리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도 '이게 왜 꼰대 마인드지?'라고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댓글들은 글쓴이가 왜 꼰대인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설명이 없으니 굳이 납득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꼰대인가?

글쓴이가 꼰대인지 아닌지는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신입사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알 수 있다. 글쓴이보다 윗사람이 커피를 들고 출근했다고 해보자. 별로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면 글쓴이는 꼰대일 확률이 높다. 조직의 위계를 기준으로 한 서열의 구분, 아랫사람에 대한 우월감은 꼰대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윗사람은 괜찮고 아랫사람이라 눈에 거슬린 거라면 글쓴이는 꼰대가 맞다.


물론 그 속내는 글을 쓴 당사자만 안다. 그런데 글쓴이의 댓글에서 그 속내가 들통나 버렸다. 글쓴이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그냥 벌써부터 남 눈치 신경도 안 쓰는 거 같아서 애가." 눈치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에게, 열등한 사람이 우월한 사람에게 챙기는 것이다. 글쓴이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출근하는 신입사원의 태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서열에 있다는 것을 고백해 버린 셈이다.


글쓴이의 꼰대 마인드는 다른 댓글에서도 발견된다. "옛날 같았으면 그랬다는 거지. 그게 예의였고." 이 말에는 '나 때는 안그랬는데...'와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는 꼰대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 들어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회변화와 세대의 차이를 무시하며 젊은(어린) 세대는 미성숙해서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꼰대식 이분법의 근거가 된다. 게다가 꼰대라는 의견이 난무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꼰대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어려워 보인다. 


꼰대는 미성숙의 다른 말

꼰대를 규정하는 명제들은 무척 많다. 그런 명제들을 가져다가 대입시켜 보는 것이 꼰대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내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정답을 내는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람의 행동이나 판단에는 본인만 알 수 있는 의지, 관념, 감정 같은 것들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꼰대를 구분하는 기준이자 꼰대를 규정하는 갖가지 명제들을 아우를만한 큰 명제가 하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 상식에 가깝다. 혼자서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면 꼰대짓에 가깝다." 꼰대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꼰대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게으름을 앞세워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마저도 외면하는 사람인 것이다. 


꼰대로 불리기 싫다면 괜한 오지랖과 근거 없는 자기확신은 걷어치우고 자기 자신의 행동거지부터 살피자. 그런 성숙함이 있어야 꼰대 소리 안 듣는다. 꼰대는 성숙하지 못함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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