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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열 Aug 28. 2023

리더가 신뢰를 잃는 9가지 기술

팀원은 왜 리더를 믿지 않게 될까?

리더십에 신뢰 수준이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학문적 연구나 조사 없이도 수긍을 하게 된다. 리더 자리에 있다면 체험적으로 이해가 된다. 팀원들이 리더를 신뢰할수록 조직의 분위기부터 업무 효율성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방안을 찾고 실천한다. 


아쉽게도, 신뢰를 얻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신뢰를 잃는 것에 둔감한 경우가 있다. 리더는 어느 정도의 신뢰를 얻으면 '우리 사이의 신뢰는 무척 단단해'라고 쉽게 낙관한다. 하지만 신뢰라는 것은 구축하기는 어려워도 산산조각 나기는 아주 쉽다. 신뢰를 깨뜨리는 방법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비밀 누설

개인적인 고민으로 속앓이를 하다가 말이라도 내뱉고 싶어서 팀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팀장에게 했던 얘기를 다른 직원들이 알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은 때로 자신의 치부나 열등감 따위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할 수가 없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 어렵게 꺼낸 말이 사람들 사이를 떠돌고 있다면 고민을 털어놓을 때 전제했던 '팀장에 대한 믿음'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얘기가 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팀장과 팀원의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못 믿을 사이가 된다. 말을 아끼게 되고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게 된다. 관계에서 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신뢰는 무게는 관계의 거리와 반비례한다. 관계가 가까울수록 신뢰는 무거워지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뢰는 하염없이 가벼워진다.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은 신뢰의 기본 옵션이다. 이를 가볍게 여기는 리더는 팀원에게 믿음을 얻지 못한다.


경청, 그리고 조치 없음

팀원이 팀장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팀 내의 문제점을 얘기했다. 팀원의 입장에서는 제법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받아내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팀원은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안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났지만 팀원이 제시한 문제점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직장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리더와 팀원이 문제 인식에서부터 결이 달라 해결점은커녕 그것이 문제냐 아니냐를 두고 생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리더가 공감과 이해의 모습을 충분히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후의 행동이 없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 문제가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하는 팀장의 착각이 원인이다. 리더에게 무언가 제언, 제안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나 변화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 기대를 무너뜨리면 무너진 기대만큼 신뢰도 무너진다. 

 

만기친람

작은 일 하나하나 다 챙기고, 지시했던 일도 결국 자신이 검토하고 끝을 보는 리더들이 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일의 효율을 보장하기 위한 세밀한 관리(Micromanaging 마이크로매니징)다. 하지만 팀원의 입장에서는 독립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고 이는 곧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신뢰는 상호적이다.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에게 신뢰를 쌓는 법은 없다. 


만기친람, 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리더는 모든 일을 자신의 통제 안에 두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와 효율을 따지는 직장에서는 세밀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넓은 범위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리더가 우선해서 보여야 할 태도다. 그런 태도를 갖지 못한다면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고, 결국에는 어렵게 쌓은 신뢰마저 무너지게 된다.


책임회피/책임전가

리더는 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그게 정상이다. 팀장이 팀원보다 월급을 더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월급은 책임의 값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 책임을 피하는 것은 리더라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그런 리더에게 신뢰를 쌓는 팀원은 없다.


여기에 더해 팀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향한다. 책임을 뒤집어쓴 팀원은 리더에게 가지고 있던 신뢰를 철회할 것이다. 신뢰의 붕괴는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당사자가 아닌 팀원도 '언젠가 나한테도 책임을 뒤집어 씌우지 않을까?'라는 불안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불안을 만들어낸 리더에 대한 믿음이 고정불변일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는 무조건 옳다

때때로 직장에서는 리더가 팀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자신의 의도대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특수한 상황이거나 리더의 확신이 견고할 때 팀원은 리더는 이겨먹기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은 모든 것이 리더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팀원들도 상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리더의 행동 근거가 단지 '나는 무조건 옳다'인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무조건 옳다'라는 의식에는 '니들은 다 틀렸어'라는 전제가 깔린다. 그렇게 말하는 리더는 절대 아니라고 해도 듣는 사람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나 자기애성성격장애 같은 전문적인 분석도 필요 없다. "니들이 뭘 알어. 내 말이 맞으니까 내 말대로 해"라는 태도는 궁극적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팀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알량한 직위의 차이만으로 팀원을 열등하게 만드는 리더를 신뢰하는 팀원은 없다. 팀원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기분 나빠서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거짓말

거짓말은 신뢰를 깎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잘한 거짓말은 흔히들 하니까 괜찮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지만 신뢰가 깨진다는 결과는 동일하다. 큰 거짓말은 한 방에 신뢰를 박살내고, 작은 거짓말은 조금씩 신뢰를 깎아먹는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리더'라는 지위가 더해지면 거짓말의 체감도는 더 커진다. 리더라는 지위가 주는 신뢰감이 있기 때문에 리더의 작은 거짓말에도 팀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 민감함이 신뢰의 파탄으로 가는 속도를 배가 시키는 것이다.


거짓말은 순간의 수치나 죄책감, 책임을 모면하려는 수작이다. 리더의 거짓말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원에게 리더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수단을 지원하고, 열정과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리더는 팀원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크건 작건 간에) 거짓말이라는 구멍이 뚫린다면 어떤 팀원도 그 그릇의 효용성을 믿지는 않을 것이다.


뒷담화

자리에 없는 팀원을 다른 팀원 앞에서 험담하는 하는 리더들이 있다. 그런 리더들의 의식체계는 아주 단순하다. 뒷담화를 듣고 있는 팀원을 믿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 실제로, 눈앞에 있는 팀원에 대한 자신의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자리에 없는 팀원을 뒷담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발상은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더의 뒷담화를 듣고 있는 팀원 역시 '나도 없는 자리에서 욕먹겠구나'라는 경계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믿는다는 것은 경계심을 허무는 일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경계심을 쌓는 일은 믿음을 허무는 일이라는 말이 된다. 경계심을 유발하는 리더에게 신뢰를 더할 팀원이 있을까? 거기에 팀원 뒷담화라는 그 찌질함까지 더해졌으니 신뢰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


무분별한 분노

분별없이 화를 내는 리더는 신뢰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당사자는 화낼만하니까 화낸다고 하겠지만, 분노의 정당성과는 관계없이 일단 신뢰는 무너진다. 분노는 두려움을 일으키고 두려운 사람에 대해서는 눈치를 살피는 게 사람이다.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마당에 신뢰가 쌓일 겨를이 있을까? 


한술 더 떠서 리더가 상황 또는 타인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화풀이를 위해서 분노를 표출한다면 신뢰도는 최저로 향하게 된다. 분노를 때려 맞는 팀원의 입장에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의 배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정의 배설을 지켜보거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입장에서는 있던 신뢰마저 사라져 버리는 게 아주 정상이다.


고약한 언어습관

고상하게 말하면 언어습관이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하면 말버릇이며, 비하해서 표현하면 말하는 싸가지다. 리더의 말버릇이 비하, 모욕, 빈정거림, 비난 위주면 신뢰가 무너지는 데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못된 말버릇을 지닌 리더 당사자는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스킬'이라고 에둘러 변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자잘한 스킬에 팀원은 상처받고 마음을 닫을 수밖에 없다.


신뢰는 관계에서 발생한다.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관계맺기를 거부한 것이다.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신뢰는 쌓일 수가 없다. 그리고 마음을 닫으면 기존에 있던 신뢰도 사라진다. 관계 없어졌으니 그 관계를 토대로 한 신뢰는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위계질서에서 하부에 있다는 이유로 모멸과 멸시를 당연하게 여기는 팀원은 없다. 그것도 모르고 남의 속을 긁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 리더는 신뢰는커녕 관계부터 거부당할 수밖에 없다.


준 만큼 받는 것이 인지상정

리더가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위에서 말한 행동들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행동을 일삼는 리더가 있다면 자신과 상황에 대한 인식이 최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그런 인식 미달의 리더를 믿고 따르라고 한다면 팀원들에게는 큰 실례다. 신뢰는 준 만큼 받는 것이라 그렇다.


리더가 팀원에게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 리더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팀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리더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나의 이익을 염두에 둔다는 확신이 들어야 리더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리더가 그런 팀원의 심정을 헤아려 행동하면 신뢰는 싫어도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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