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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산의 여행 일기 Jun 24. 2024

한양 도성을 둘러싼 내사산

인왕산


지구 온난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인류는 산업혁명이라는 것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여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오염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우리에게  던져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각종 캠페인을 통해 환경오염에서 벗어나려고 고민을 하는 동시에 민간인들의 환경 자원봉사를 통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는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환경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 따로 있으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즉 산업혁명이전에는 환경문제는 있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을 것이며 지구 지표면의 온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필자는 1년 5개월 만에 인왕산에 방문하였다. 인왕산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을 둘러싼 내사산(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중 하나이며 한양 서쪽 방어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과거 인왕산에는 맹수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었고 인왕산 계곡에는

물이 끊기지 않을 정도의 풍부한 수량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난화가 진행이 되면서 인왕산을 비롯하여 한양 도성을 둘러싼 내사산에는 물소리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시대의 물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상상을 하면서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하차하여 사직공원 방면으로 이동을 하였다.  

오후 5시가 넘은 시점이었지만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다.

사직문을 지나 오른쪽 방면으로 약 100미터 올라가면 오른쪽에 단군성전이 나오고 맞은편

2차선 도로 방면으로 약 320미터 올라가면 오른쪽에 한양성곽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사직근린공원이 시작되는데 성곽길을 따라 약 50분 정도 올라가면 인왕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서울에서 인왕산으로 가는 길은 이곳이 빠른 길이다. 또한 평일이다 보니 산행하는 사람들은 많이 볼 수

없었지만 야등을 하기 위해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왕산은 서울에서 야등(야간 산행)

으로 유명하기로 이름난 명산이며 블랙야크 100+ 명산에 속해 있다. 그러한 점 때문일까 외국인들도

평일 야간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방문하여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사직근린공원 길에는 새소리, 길냥이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곤충들도

만날 수 있지만 이제는 자취를 감춰 버린 인왕산 호랑이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계곡의 물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철 산행 하면서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 정말 시원함과 청량감이 있어 산행하는 동안 피로를 잊을 수 있다.



사직근린공원이 끝나는 지점이자 한양성곽이 끊어진 곳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가파른 계단길이 시작되는데

본격적으로 인왕산으로 들어서게 된다. 인왕산은 1968 넌 1.21 사태로 입산 금지 되었다고 문민정부가 들어서 1993년 개방이 되었다.

 등산 초보자라면 초입 나무 계단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너무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리 길지 않다.


나무 계단을 지나 약 5분 ~ 10분 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성곽길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콘크리트 속의 서울이지만 100여 년 전에는 산수화였을 것이다. 상상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말 아름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왕산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돌계단을 마주하게

되는데 약간 숨이 차오를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풍경과 새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금세 잊힌다.

인왕산에는 유난히 바위와 관련된 전설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중종의 첫 왕비였던 폐비 신 씨의 치마바위 전설과 소원을 들어주는 붙임 바위 전설, 기차 모양 같아서 이름 지어진 기차바위(벽련봉), 선바위 전설,

얼굴 바위, 모자 바위, 해골바위, 매 바위, 달팽이 바위 등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으니 산행하기 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경복궁 동쪽에서 겸재 정선이 그렸다는 '인왕제색도'가 바로 이곳

인왕산이다.


인왕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가파른 성곽 돌계단 우측 바위에서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도심 속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린 탓일까? 이 녀석들은 이곳까지 어떤 사연으로 오게 되었을까, 정말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 녀석들을 구 할 길은 없었고 자연의 법칙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던 길을 계속 이어나갔다.


가파른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면 인왕산 중턱인 범바위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인왕산 정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따로 없다. 인왕산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나무들이 곳곳에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도 있고 이곳 범바위에 서 있으면 무더위를 피해줄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


인왕산 중턱인 범바위를 지나 나무 데크 계단을 내려간 뒤 평지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인왕산 정상 아래 철계단에 도착한다. 이곳부터는 가파른 길이 시작 되는데 올라가는 길 옆에는 안전봉이 설치되어 있어 조심해서

올라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 날 수 있으니 산행할 때는 무조건 안전 안전.


휴식 시간 포함하여 여유 있게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서 맛보는 토마토 과히 꿀맛이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서울의 내사산중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좋은 산중에 하나다. 또한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과히 아름다우며 강남의 롯데타워와 남산타워 여의도에 있는 한화생명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화가 진행이 되면서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산행을

하다 보면 곳곳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쓰레기들이 보일 때도 있다. 물론 인왕산에서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 하나쯤이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는 순간 후손에게

보여줄 아름다운 산하는 금세 폐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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