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딱히 변하는 건 없다.
- 브런치 개발자를 그만두기 65일 전
결국 내가 떠난다는 소식이 퍼졌다. 굳이 내 입으로 "저 브런치를 떠나요" 어쩌고 저쩌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민망하게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여태까지 떠난 사람들이 으레 그랬으니까 이것도 당연한 절차인가 싶지만, 뭔가 내 것이었어야 할 중대한 발표를, 엠바고를 어겨버린 기자의 속보에 빼앗겨버린 느낌이 들었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긴 하다.
아무튼 당장 변한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소통하고, 어떻게든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가 떠난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변하는 건 없다. 시한부 개발자라고 해서 일을 소홀히 해도 된다거나, 말년병장마냥 온갖 깽판을 치고서 떠나는 게 용납되는 일은 아니니까.
할 일은 많고, 짜야 할 코드는 더 많으며, 일정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잡혀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는 게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닐까 - 문장으로 쓰고 나서 느끼는 '유종의 미'. 으으, 그 진부함.
프로젝트는 (적어도 내 생각에는) 잘 진행되고 있다. 브런치의 많은 작가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가 착착 만들어지고 있고, 나는 낮춰 잡아도 1인분 이상을 해내고 있음을 매일매일 확신하는 중이다. 솔직히 이제는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제 내게 정말로 중요한 건, 그래도 내가 브런치를 개발하는 동안 큰 거 한 건 했구나, 라고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것.
그래서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다. 마치 계속 브런치를 만들 것인 마냥, 그렇게 열심히 해내고 있다. 웬만해선 브런치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멋진 팀원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