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은 올해 브런치의 가장 큰 프로젝트로 예정되어 있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다시 긴 시간 동안 다듬어졌으며, 또다시 긴 시간 동안 구체적인 디자인과 코드들이 차곡차곡 쌓여 올라갔다. 지난 6월 모일에 일부 작가들을 대상으로 베타 버전이 공개되었고, 그 이후로 매우 많은 수정과 개선을 거쳤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이틀 전, 모든 작가들에게 기능이 공개되었다.
내가 맡은 작업은 브런치북을 발간하는 전 과정과, 그렇게 만들어진 브런치북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브라우저에서 작가들이 제목을 입력하고, 글을 끌어서 자신만의 목차를 구성하고, 브런치북의 표지를 손끝으로 고르는 것부터, 데이터들이 서버에서 처리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그 모든 과정을 지나, 그렇게 만들어진 브런치북을 컴퓨터와 모바일 웹 환경에서 잘 정돈되고 아름다운 형태로 보여주는 것. 지나치게 포장한 것 같긴 하지만 뭐 아무튼 대충 그런 일을 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라고 회고하고 싶다. 팀원들에게 공유한 최초의 버전은 나의 부족한 실력으로 인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요구사항도 제대로 못 맞추고, 디자인 수정 때마다 틀어지는 화면을 보면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속으로 얼마나 열불이 났을까. 다른 팀원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때문에 매일매일 화가 났다. 그래서 그냥 몸으로 때웠다. 그래서 그냥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공식적으로, 혹은 몰래 일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이렇게만 쓰고 보니, 누가 보면 나 혼자만 일한 줄 알겠다. 이건 내 입장에서 쓰는 회고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브런치의 모든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은 각자 다들 맡은 부분에서 존경스러울 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 일단 우리 모두 최선은 다했다. 내 예전 조직장-그리고 우리의 예전 조직장-은 항상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필요 없고 잘해야 한다.
우리는 잘했나? 아니, 나는 잘했나? 잘했는가, 혹은 아닌가는 만든 사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브런치북을 펴낼 작가들과, 그 브런치북을 읽어나갈 독자들이 내릴 평결이지. 다만 그 평결 전에 최후변론을 하자면, 브런치북의 모든 좋은 점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이끌어 낸 기획자들과 디자이너들의 몫이었으면, 그리고 브런치북의 모든 나쁜 점은 그 훌륭한 아이디어들을 온전한 형태로 빚어내지 못한 내 탓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