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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스티까 Jan 21. 2022

오로라, 핀란드 여행의 묘미

겨울 핀란드를 추천하는 글

'뉴욕'하면 자연스럽게 자유의 여신상이 떠오르는 것처럼 '핀란드' 또는 '북유럽' 하면 오로라가 빠질 수 없다.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오로라를 보는 것은 위시리스트 중 하나일 텐데, 나 역시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 오로라를 만나는 날이 꼭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난생처음 오로라를 봤던 기억은 그때의 날씨까지 기억할 만큼 아직도 생생한데 그날은 식당 야외 테라스에서 새 학기 파티를 하던 날이었다. 새벽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피자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주변 학생들이 하늘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오로라_사진출처: @visitlapland , @jaasiiim


친구들의 시선을 따라 어둑한 새벽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처음 보는 색의 빛이 검은 하늘 위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오로라라고 하면 초록색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본 오로라는 특이하게도 초록색은 물론 하늘색, 보라색, 분홍색까지 다양한 색으로 하늘 위에 펼쳐졌다.



학교 마치고 집 가는 길에 갑자기 마주치게 된 오로라. 사진을 찍고도 한참을 바라봤다. 언제 봐도 참 신비로운 오로라다.


오로라의 모습은 마치 리본체조 봉에 달린 리본처럼 춤을 추는 것 같았고 어딘가로 계속 이동하고 있는 듯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비현실적인 색깔과 빛의 움직임 때문에 이게 정말 오로라가 맞는지 의심하면서 ‘학교에서 신학기 이벤트로 하늘에 빔 프로젝트를 쏴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거 진짜 오로라야? 정말로?!”라는 말을 몇 번이나 외쳐대며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핀란드에서 지내면서 큰 오로라가 나타날 예정이라는 예보가 뜨면(핀란드에는 오로라를 관측하기 좋은 날과 확률을 알려주는 앱들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어둡고 고요한 숲 속을 찾아가서 오로라 헌팅을 즐기기도 했다. 추운 겨울밤, 작정하고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이 때로는 긴 기다림이었지만 적당한 간식거리와 함께 푹신한 눈밭에서 드넓은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는 시간도 잊을 수 없는 멋진 기억 중 하나이다.


왼쪽 상단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일상의 작은 오로라. 휴대폰으로 찍은 거라 선명하지는 않지만 날 것의 느낌이라 꽤 마음에 든다.


핀란드, 북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겨울 핀란드를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수북한 눈과 자연이 만든 오묘한 겨울 색감들에 오로라까지 더해지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진하게 남는다.


그때의 나는 눈앞의 멋진 풍경들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내가 곧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도 좋았던 겨울 핀란드의 기억은 장소는 다르지만 코끝이 시려지는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은근히 내 하루를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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