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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Sep 07. 2023

출근길, 상사의 뒷모습을 보았다면


집 현관을 나서기 전, 거울을 봅니다.  

    

익숙하고도 낯선 한 남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눈가 주름은 선명해졌고, 흐릿하게 스며들던 다크서클은

이미 온 얼굴을 덮어버렸습니다. 손쓸 틈도 없이 말이죠.      


회사 정문에 이르기 전, 주위를 봅니다.      


금세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는 익숙하고도 낯선 뒷모습이 있습니다.

성큼성큼 다가가서 인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추네요.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며

서로가 겹치지 않게 평행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사무실에 들어서면 다른 생각과 엇갈리는 말들이 날카롭게 겹칠 테니까요.     


 



며칠 전 형이 부모님 사진 한 장을 보냈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뒤에서 찍었더라고요.     


서로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는데, 자꾸만 자꾸만

당신의 굽은 어깨와 허리, 세월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발걸음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후다닥~~ 달려가서

와락~~ 안고 싶어 집니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달려가서 먼저 인사를 건넨다는 건, 


어쩌면

애정을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 아닐까요.


이제야

기억을 더듬어 나의 출근길을 떠올려봅니다.


내가 거리를 두느라,

내게 거리를 두는 이들을 살피지 못했더군요.      


나의 뒷모습은 어땠을까요?

갑자기 뒤통수가 간질간질합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by dae je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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