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등학교 친구와 뒷고기에 막사(막걸리+사이다) 한 사발을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나: 와, 고기가 엄청 꼬득꼬득하니 맛있네. 사람은 왤케 많아? 원래 이렇게 사람 많아?
친구: 주말이면 이정도로 거의 차 있는 거 같아. 근데 오늘은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네.
나: 사장님도 성격 좋으시고 반찬도 다 맛있는거 같다. 조미료 맛이 거의 안나서 물리지 않고 계속 먹게 되네
친구: 원래 여기 가게 하나만 운영했었는데, 잘 되서 옆에 가게까지 확장한거야.
나: 프랜차이즈로 사업 확장하는 것보다 이렇게 감당 가능한 선에서 가게 운영하는 게 더 좋아보이는 거 같아.
친구: 맞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퀄리티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고.
나: 맞나 맞아. 사업을 확장한다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닌 거 같아.
어릴 때,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꿈을 심어주는게 어쩌면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싶다.
친구는 잠깐 생각하더니 "넓은 세상 나갔다 오는건 필요한 일인거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도 결국 제자리에 돌아오게 되는 것 같은데 굳이 그 힘든 시간을 보내야할 필요가 없었지 않나? 연금술사 책 읽어봤지? 고생고생하고 결국엔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게 되잖아. 우리도 그렇고. 꿈이 크다는 건 상처를 크게 받는다는 거 같아.
간호사로 대학병원, 해외 근무 경험까지 있는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나는 로컬에서 일하면서 대학병원 출신 간호사와 로컬에서만 일한 간호사를 다 봤는데,
평소에는 큰 차이를 못 느끼지만 응급 상황시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깊이가 느껴지더라구. 살아가다보면 문제가 꼭 발생하기 마련이잖아. 그럴 때 많은 경험을 쌓아둔 사람은 손쉽게 대처할 수 있지."
친구의 말을 듣고 되돌아보니 내가 쌓아왔던 크고 작은 경험들 덕분에 현재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혼자서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크게 힘 들이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맞아. 경험이 많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드는 거 같아.
친구: 그래서 의미없는 시간은 없는 것 같아. 다 내꺼로 남게 되는 거지.
고향에서 적은 월급받으며 언제 또 공황증상이 나타날까 두려워하며 출근을 겨우하는 나를 보면서 비참한 생각이 참 자주 들었는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쩌면 내가 있는 자리가 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경험들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문득하게 한 동네 뒷고기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