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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속 여름을 만나다.

서울식물원

by 옥상평상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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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식물원에 갔다. 몇 번을 가려고 하다가 들르지 못한 곳이었다.  오늘은 볼 일이 일찍 끝난 까닭에 큰맘 먹고 방문하기로 한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볼 일을 마치고 출발하니 5호선 발산역에 내려 한참을 걸어가란다. 제주에서는 그다지 쓸 일이 없던 네이버지도는 서울 생활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심지어 최근에는 자동차 안내처럼 실시간 길안내도 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전철을 타면 내릴 역을 놓칠까 싶어 수시로 지도를 열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 너무 편리하다. 물론 가끔 도착한 후에 안내를 하기도 해 허둥지둥 뛰어내리게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 놓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것만으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기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다. 이렇게 계속 내 기능의 일부를 기계에 내놓다 보면 정작 나란 존재에게는 먹고 배설하는 기능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하릴없는 생각이다.


마곡 업무단지 한가운데를 칼바람을 맞으며 이십여 분을 걷는데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듯  땅바닥에 거꾸로 박힌 거대한 코끼리상을 만났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삭막한 업무공간으로 둘러싸인 이 장소에 묘하게 여유를 주고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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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의 야외 전시관은 추위로 인해 거의 볼 수 있는 식물이 없었다. 앙상한 모습의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을 애써 인내하고 있는 중이었고 연못에 고인 물은 칼바람에 꽁꽁 얼어 어두운 바위의 표면처럼 무거웠다.

'식물원은 역시 봄에 와야 제맛인데.'

섣부르게 입장권을 산 것을 후회하며 얼른 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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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에 들어선 순간 습도 가득한 따뜻한 열대의 공기가 얼굴을 순식간에 덮쳤다. 그 뒤로는  파랗고 커다란 열대 수목의 잎들이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발리의 공항에서 본 사진처럼 나를 반기고 있는 것 같았다.

체험의 온도 차가 너무 커서일까?

순간 이것이 환각처럼 느껴졌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한 순간에 차디찬 홋카이도의 설원에서 습하디 습한 라오스의 밀림으로 이동한 느낌이었다.

추위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열대과일처럼 풍성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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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혹독한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를
사람들의  굳은 마음에
 다시 봄이 오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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