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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운영 Oct 13. 2022

화장실에서 5교시를 보낸 민수

민수는 1학년에 들어 온지도 벌써 1학기가 끝나고, 2학기를 시작한지도 한달이 지난 10월이 되었다. 이제 학교 생활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오늘 날씨는 맑고 푸른 가을날이었다. 아침 학교를 가면서도 같은 반 친구 이은이와 함께 걸어가면서 나무들이 살랑살랑 춤추는 모습을 보며 발걸음도 가벼웠다. 오늘 수업은 5교시까지 공부해야 하는 화요일이다. 급식시간에 나온 맛있는 초콜렛 케익 한조각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민수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5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 문을 어떻게 닫았는지도 모르겠다. ”뿌지직,뿌지직“ 배 속에서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화장실에는 5교시 종소리와 함께 모두 교실로 들어가서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요동친 배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될 무렵 앉아 있는 화장실 변기가 차갑게 느껴지면서 물이 넘쳤다. 민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바지에도 똥물이 묻고 화장실 바닥도 똥물이 조금 흘렀다. ”아이 어떡하지“ 화장실은 고요했고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꼼짝없이 그대로 화장실에 갇혀 버렸다. 화장지로 대충 닦고 옷을 입었지만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한편 교실에서는 민수가 점심시간 후에 들어오지 않아서 선생님께서는 민수를 찾기 시작했다.” 얘들아, 민수 못봤니? 점심시간에 민수 본 사람?“ 하지만 운동장에서만 보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키고 선생님은 민수를 찾으러 복도며 교실, 화장실까지 가서 ”김민수 어디있니, 김민수, 김민수“하며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아무곳에도 민수는 없었다. 운동장을 나가서 여기저기 찾아봐도 민수는 없었다. 선생님은 식은 땀이 났다.‘ 혹시 점심시간에 무서운 사람에게 끌려갔나? 밖에나가서 집으로 갔나?’ 부모님께 전화를 하니 집에 오지 않았다고 부모님도 걱정이 되어서 엄마 아빠 모두 학교에 찾아오셨다. 엄마 아빠는 민수가 없어졌다는 말에 걱정되는 마음을 억누르고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셨다. 담임선생님은 방송실로 갔다.” 1학년 3반 김민수 학생 이 방송이 들리면 교실로 바로 들어옵니다. 다시 알립니다. 1학년 3반 김민수 학생 이 방송 듣는대로 교실로 바로 들어오기 바랍니다.“

하지만 민수는 보이지 않았다. 방울초등학교 선생님들과 1학년 3반 친구들, 부모님은 걱정이 되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느덧 5교시를 마치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일단 1학년 3반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을 보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민수를 찾으러 나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른 친구 2명이 교실에 들어와서 ”선생님, 민수가 화장실에서 울고 있어요“하는것이었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가보니 화장실 안에서 혼자 있는게 아닌가?

’민수야, 왜 화장실에 계속 있었니?”“ 화장실 변기 물이 넘쳐서 창피해서 나오지 못했어요.”  민수는 화장실에서 바로 나오지 않아서 걱정했던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창피하고 용기 없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선생님은 기운이 다 빠졌다. 그래도 다행히 민수를 부모님과 함께 집에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오늘 5교시 한 시간 동안 얼마나 가슴이 타들어가고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1학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중에서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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