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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ie Dec 06. 2023

우리는 땅의 색을 닮는다

여기가 유럽이야 한국이야? 

어디서 많이 본 제목과 건물 사진일 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러한 이질적인 것들을 어쩔 수 없이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건축은 도시의 일부, 매일 오가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져야 한다”

2023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한 말이다. 나는 건축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일상의 모든 물체들이 누군가의 깊은 책임감에서부터 탄생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문화를 만들고, 삶을 변화시키니까.


이런 관점에서 서양 건축 양식을 그대로 재현한 한국의 아울렛 매장들은 나의 '발작 버튼'이다. 

'국산이 최고'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무는 물체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다는 맥락에서의 아쉬움이다. 



| 지금까지 쌓여온 우리의 삶은 어떤 '색깔'일까?

세계를 여행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나라를 옮겨 다니다 보니 서로 다른 '색깔'이 느껴졌다. 본래 색이라는 것도 그 자체에 성질이 있기보다는 물체에 닿은 빛이 서로 다르게 반사되며 만들어지듯, 도시는 땅의 색과 닮아 있었다. 그 땅에서 난 자연의 색이 건물과 사람에게 반사된 것처럼 말이다. 


짙푸른 자연을 지닌 도시는 색의 명도와 채도가 높다. 지형적으로 산/바다 등과 거리가 멀어 흙이 많은 곳은 채도가 낮고 다양성도 조금 부족해 보였다. (여기서 후자가 전자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낮은 채도 안에서도 다양한 자신만의 색들이 존재하는 것도 금방 발견하게 된다.)



| '우리의 삶은 어떤 색일까?'라는 질문은 

  '우리는 어떤 색에 칠해지고 있을까?'로 달리 말해진다. 


지금 내 주변을 채우는 물건, 사람, 건물은 어떤 철학에서 탄생했고, 어떤 매개체로부터 반사되어 우리에게 온 걸까? 우리 땅의 색이 잘 녹아져 있을까?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 했다. 

창의적인 것이 늘 옳은 건 아니지만 개인의 고유한 특성, 색을 잃어서는 안 된다. 부족해 보일지라도, 아름다움들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 아래는 약 3년간 내 브런치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글이다. (쑥스럽지만, 회사를 다니는 중에 쓴 비밀스러운 나의 꿈에 대한 일기였다ㅎㅎ)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의 희생으로부터 커피 한잔 정도는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제공받았다. 그렇기에 이젠 이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 마음이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3년 전에도, 지금도 일관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나아갈 길에 다른 갈래는 없는 것 같다. 


깊은 책임감을 담아, 땅의 색을 지닌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보다 더 우리다워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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