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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Dec 18. 2020

Oldies but Goodies Christmas

유튜브에서 찾은 레전드 캐롤 모음집

안녕, 오랜만에 등판한 말 많고 고독한 음악 평론가 차우진이야. 며칠 전에 눈이 내렸어! 봤나? 그때 다들 시.. 아니 투덜대며 출근하고 있었겠지만, 나는 눈꼽도 떼지 않은 여유로운 몰골로 눈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었지. 그때 듣던 게 빙 크로스비와 토니 베넷의 캐롤이었어.


여러분 그거 앎? 내가 디에디트에 두 번째로 쓴 글이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는 거(’12월이니까 캐롤이다’). 여기서 ‘두 번째’가 중요한데, 왜냐면 첫 번째 글이 그럭저럭 괜찮았거나(=오케이, 이번에도 맡겨 보자!), 아주 형편없었거나(그래도 평론가인데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볼까?)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지. 그게 벌써 2년 전이야. 그 2년간 깨달았는데, 캐롤은 역시 뻔한 맛으로 듣는다는 거. (이걸 깨닫는 데 2년 밖에 안 걸렸지) 그래서 준비했다. 올디스 벗 구디스 크리스마스. 가뜩이나 우울하고 피로한 요즘에 한없이 낙천적이고 뻔한 음악이나 들으면서 마음 좀 데워.


Bing Crosby – White Christmas (1947)


시작은 레전드. 사실 거의 모든 캐롤이 사실상 클리셰라면 바로 그 원본은 빙 크로스비야. 1950년대의 팝의 특징을 ‘크루닝(Crooning)’으로 꼽는데, 이건 리듬이나 코드 진행 같은 음악적 특징이 아니라 노래하는 가수의 창법이야. 목소리를 우아하게 떨면서 기교를 뽐내는 건데, 빙 크로스비가 대대적으로 성공하면서 대유행했지. 딘 마틴, 프랭크 시나트라, 엘비스 프레슬리도 빙 크로스비에 빚진 게 있는 셈인데, 그의 대표곡은 누가 뭐래도 ‘화이트 크리스마스’. 영화 <홀리데이 인>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로 이 싱글은 대략 5억 장 정도 팔렸다고 해.


Rosemary Clooney – Snow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던 로즈마리 클루니는 영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빙 크로스비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두 사람이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유명하지만, 원래도 주목받던 가수이자 배우였던 로즈마리 클루니의 싱글도 매우 듣기 좋아. 그런데 이름이 왠지 낯익다고? 오케이, 조지 클루니의 고모야. 그를 할리우드로 이끈 인물이기도 해.


Tony Bennett – Winter Wonderland


부드럽고 우아한 음색으로 유명한 토니 베넷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앨범 <Snowfall>은 당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은 작곡가 로버트 파논이 참여한 앨범이야. 로버트 파논은 토니 베넷뿐 아니라 퀸시 존스 등 향후 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인물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어. 토니 베넷의 세상 따뜻한 목소리와 로버트 파논의 천재적인 사운드가 어떻게 만나는지 확인해 봐.


Otis Redding – Merry Christmas, Baby


60년대 소울을 얘기할 때 모타운을 빼놓을 수 없어.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 마빈 게이 등이 소속된 회사. 그런데 모타운 레코드가 아무리 잘 나가도 경쟁사들은 있을 거잖아? 그중 특히 잘 비교되던 곳이 바로 스택스 레이블이야. 오티스 레딩, 부커 T 테일러, 알버트 킹, 드라마틱스 같은 블루스/소울 레전드들의 소속사. 모타운이 깔끔한 팝 스타일의 소울을 지향했다면 스택스는 거칠고 묵직한 블루스와 남부 소울을 지향했어. 그 중 오티스 레딩의 ‘메리 크리스마스 베이비’를 함께 들어 보자고. 점도 높은 사운드야.


Koko Taylor – Merry, Merry Christmas


코코 테일러는 시카고 블루스의 대표적인 싱어로 한때 블루스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어. 거칠고 힘찬 보컬 스타일로 유명해. 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미국 투어를 진행하며 유명해졌는데, 이후 8번이나 그래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 ‘Merry, Merry Christmas’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캐롤이 아니라 힘차고 멋있는 캐롤이야.


Elvis Presley, Martina McBride – Blue Christmas (2009)


엘비스 프레슬리의 정규 4집이자 첫 캐롤 음반인 <Elvis’ Christmas Album>(1957)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정규 크리스마스 앨범이라고 해. 그 중 ‘Blue Christmas’는 공전의 히트를 치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으로 꼽혀. 마르티나 맥브라이드는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인 컨트리 가수로, 2020년에도 여전히 높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비디오를 보면 활동한 시대가 완전히 다른 이 두 사람이 같이 노래하잖아?! 사운드 믹싱과 비디오 합성을 통해 만든 결과야. 요즘 터틀맨(그룹 거북이), 김광석, 신해철 등의 레전더리한 인물들을 AI로 재현하는 소식이 들리는데, 그런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거야. 처음 봤을 땐 무척 자연스러워서 나도 엄청 헷갈렸어. 비하인드 영상은 여기.


김윤아 – 블루 크리스마스


자우림으로 활동하던 김윤아의 솔로 1집 수록곡. ‘블루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남자 보컬은 그의 동생인 김윤일이야. 책과 함께 CD로 발매되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너무나 구하기 힘든 물건이 되어버렸어(나는 있지롱).


Mahalia Jackson – Oh Happy Day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수야. 마할리아 잭슨은 가스펠과 블루스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해. 소울이나 팝을 부른 적이 없는데, 만약 그랬다면 훨씬 더 크게 성공했을 테지만 독실한 신앙인으로 평생 교회를 중심으로 가스펠과 블루스만 불렀어. 참고로 블루스, 가스펠, 리듬앤블루스, 소울 중에 가장 본질적인 것은 블루스고 가장 세속적인 것은 소울로 꼽아. 그래서 초기 소울 싱어를 보면 종교나 가족 간의 갈등이 심했다는 걸 알 수 있지. 빌리 홀리데이, 마빈 게이, 에타 제임스, 제임스 브라운, 샘쿡 등 성공한 가수들은 대체로 성가대 출신이거나 목사님의 자녀들이었거든.


Stevie Wonder – Someday At Christmas


<Someday at Christmas>는 스티비 원더가 1967년에 발매한 첫 번째 크리스마스 앨범이야. 캐롤 명곡으로 꼽히는 고전 ‘Someday at Christmas’이 수록되어 있지. 중고 바이닐로 저렴하게 구해서 듣고 있어. 오늘도 듣고 어제도 들었지. 이 곡은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는데 나는 누가 뭐래도 원곡이 제일 좋더라고. 이 곡을 녹음할 당시 스티비 원더는 17살이었어.


The Beach Boys – Little Saint Nick


‘록 시대의 가장 훌륭한 크리스마스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는 비치 보이스의 캐롤 앨범 <The Beach Boys’ Christmas> 수록곡. 당시 가장 유명한 프로듀서인 필 스펙터가 제작한 <A Christmas Gift for You>(1963)에 대한 응답으로 기획되어서 굉장히 공들여 만들었어. 소리가 좋아서 듣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지. 당시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A Christmas Gift for You>에 피아노 세션으로 참여했다가 연주를 못 한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는 에피소드도 있어. 브라이언 윌슨 입장에서는 이 앨범으로 자신의 평판을 되찾고 싶었을 텐데, 덕분에 팬 입장에서는 매우 듣기 좋은 캐롤 음반 두 장이 생긴 셈이지. <A Christmas Gift for You>는 그래미 앨범 차트 13위, 홀리데이 시즌 차트 13위뿐 아니라 롤링스톤 매거진, 피치포크 등에서 최고의 캐롤 음반, 소울 앨범으로도 꼽혔어.


The Ronettes – Sleigh Ride


앞서 언급한 <A Christmas Gift for You>의 수록곡이자 앨범의 대표곡. 당대 최고의 걸그룹으로 곱히던 로네츠가 불렀어.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꼭 듣는 곡이야. 매년 빌보드 홀리데이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바람에 이 오래된 캐롤을 대표하는 버전이 되었어.


Horatio Sanz, Jimmy Fallon, Tracy Morgan and Chris Kattan – I Wish It Was Christmas Today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좀 특이하겠지만, 지미 펠런과 호라티오 샌즈 콤비의 개그 캐롤이야. 이들이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크루로 활동하던 2000년에 콩트를 위해 만든 짧은 노래인데, 어째서인지(?) SNL의 크리스마스 테마를 꿰차더니 2001년 3차례, 2002년과 2004년 2차례, 2011년 1차례 다시 공연했어. 그때마다 가사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포지션과 태도, 유머의 포인트는 똑같았어. 그런데 이 농담 같은 곡을 제대로 리메이크한 사람이 있었으니…


Julian Casablancas – I Wish It Was Christmas Today


스트록스의 리더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는 2019년에 이 곡을 정식으로 리메이크해서 자신의 캐롤 앨범에 수록하게 돼. 여기서부터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된 셈. 앨범은 크게 히트하진 못했지만, ‘I Wish It Was Christmas Today’는 크리스마스 밈(meme)이 되어 아직도 가족/학교 행사에서 패러디되곤 해. 2018년에는 지미 펠런이 자신의 <The Tonight Show>에 원년 멤버들을 초대하고, 그날 게스트였던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출연시킨 새 버전을 선보였어. 어머 아저씨들 주제에 좀, 귀엽네?


위에 소개한 캐롤이 모두 모여있는 PLAYLIST


�캐롤은 뻔한 게 맛�


캐롤은 좀 뻔해야 듣기 좋고 분위기도 사는 것 같아. 모닥불이나 벽난로 앞에서 들어야 할 것 같은 고전 음악. 그래서 나는 오다가다 크리스마스 앨범들을 바이닐이나 CD로 모으는데, 1958년, 1962년 등 당시에 녹음된 앨범을 2020년에 듣고 있으면 기분이 참 묘해. 개중에는 지금은 사라진 회사라든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만든 곡도 있으니까.


바로 그런 점이 바이닐이나 CD, 카세트테이프로도 음악을 듣는 이유일지 모르겠어. 다소 낭만적으로 퉁치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만져지는 촉감도 음악적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해. 그중에는 이 뻔함도 포함되겠지. 대체로 불안하고 어려운 시절이겠지만 다들 뻔한 음악이나 좀 들으면서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해보길 바랄게. 무엇보다, 건강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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