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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May 11. 2023

별종(別種)의 삶

'다름'이 '틀림'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를 인정하기까지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자면 유독 할 말이 많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다소 느린 사람은 사회성이 떨어진다", "못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꽤 오랜 기간 동안 나를 힘들게 해 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는 게 중요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만큼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편승하기 위해 맞지 않은 옷을 껴입은 채 살아왔을 것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본인만의 속도가 있다고 하지만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마이웨이 정신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보청기 착용으로 인해 놓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초, 중, 고, 대학교까지 일반학교를 나오면서 남들의 스피드에 맞춰 살아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에 늘 조급한 마음이었다.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세워가야 할까 싶었지만 지친 나를 토닥일 시간에 조금이라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백을 메우려고 했다. 이미 사회에 진출한 어른들의 "현실은 냉정하다", "사회에 나가면 전쟁터다"라는 충고도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그렇게 10대, 20대를 보내왔고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부분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근래 들어 내향인 혹은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한 모습을 책이나 매체에서 많이 노출됨으로써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무수히 많은 역경을 겪었을 테고 나도 과연 그들처럼 강점을 잘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향인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성장”을 한 게 아닐까 싶다.


김상민 작가님의 신간 ‘낯가림의 재능’ 북토크에서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를 말한다.


  학창 시절, 정확히는 초등학생 때부터 힘이 세고 남자다움이 곧 '권력', '실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고 섬세한 성격의 필자의 모습은 반 친구들로부터 약한 대상으로 취급당했다. 소위 잘 나간다는 친구들에게 '여자 같다'라는 말과 함께 조롱당하기 일쑤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학교폭력에 대한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이었고, 학급마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강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발악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왔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친구들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그 외의 것들은 늘 배제되곤 했다.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도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며 일부러 침을 뱉어보는 시늉이나 껄렁껄렁한 모습을 해보라며 권유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생각하는 '표준'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표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들이 인정하는 가면 속 다른 자아인 것일까. 그저 조금 다른 존재일 뿐인데 '다름'이 '틀림'으로 간주되는 분위기가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여성스럽다‘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또래 친구들에 비해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그저 남성적이다/여성적이다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너무 화가 나지만, 섬세함이 가져다주는 강점들은 살아오면서 분명히 큰 자양분이 돼주었기에 지난 힘든 시간들을 견뎌올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 진가는 언젠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간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껴 입었다면 이제는 조금은 튀더라도, 남들의 눈에 띄더라도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유별난 게 아니고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유별남은 일정 바운더리 안에 속하지 못한 경계선에 위치하지만, 특별함은 군중 속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개봉한 「가디언즈오브갤럭시」에 나오는 오합지졸의 별종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 힘을 합쳐 은하계를 지키는 히어로들이 됐듯이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서로 연대해 나가는 세상을 꿈꿔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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