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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Dec 04. 2019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7000 RPM의 감각

[영화] 포드 V 페라리(2019)

1960년대, 포드 사는 페라리를 인수하려다 도리어 모욕만 당한다. 분노 게이지가 가득 차오른 헨리 포드 주니어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해 페라리를 조져놓겠다고 결심하고, 목표 실현을 위해 이 남자를 고용한다. 


차알못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화에선 무척 매력적이던 캐릭터

바로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 캐롤은 우승을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실력파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데려오지만 포드 사의 간섭이 만만치 않다. 켄은 실력과 재능만큼은 최고지만, 포드 사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닌 이른바 노빠꾸 스타일이었기 때문. 


베일신이 영화에서 영국 악센트 쓰는 거 백만 년인 것 같은 느낌

과연 캐롤과 셸비는 고나리자 포드 사에 굴하지 않고 르망에서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한 이 두 남자의 실제 이야기다. 


152분 내내 계속되던 열연 파티

‘포드 V 페라리’는 연기, 스토리, 연출, 재미 등 영화관에서 체감하면 좋은 모든 것들을 거의 다 잡아낸 영화였다. 특히 카레이싱 장면은 긴장감도 넘치고 짜릿함의 연속이었는데,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봉인해둔 질주 본능이 꿈틀거릴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대망의 레이스 장면은 생각보다 늦게 나오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파티를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순삭. 152분이 120분 언저리 같은,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매직을 경험하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 분 (정답: 아웃랜더)
어디서 본 꼬마 (정답: 원더)

실화 바탕의 영화니 결말 스포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겠지만 차알못인 내게는 참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다.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복선이 괜히 복선이 아니구나 싶어서 좀 씁쓸하고 찡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영화 내내 어디서 본 것 같은 낯익은 얼굴들을 봐서 좋기도 했다. 켄의 와이프 몰리(케이트리오나 발피)는 ‘아웃랜더’ 주인공, 아들 피터(노아 주프)는 ‘원더’의 잭이었다. 노아는 참 훈훈하게 커서 할리우드의 차세대 정변 아이콘이 될 수도 있을 듯. 


생각보다 좋았던 티키타카 브로맨스 조합, 역시 본업 잘하는 배우가 최고다

영화를 본 직후에는 캐롤과 켄이 TEAM 포드나 다름없는데 제목에 왜 ‘VS 페라리’를 썼을까 의아했는데, 검색하다 포드=맷 데이먼/페라리=크리스찬 베일의 구도라는 평을 보고 납득이 갔다. 단순히 포드 사와 페라리 사가 맞붙는 영화가 아닌, 포드 스타일 남자와 페라리 스타일 남자의 우정 이야기라 그렇겠구나 싶었다. 


만약 자동차, 레이싱,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중 좋아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되도록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 큰 화면과 짱짱한 스피커로 경험해야 더 재미있을 작품이다. 스크린X로 봤는데 4D로 봤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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