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꼬미들이 텃새라니
축구장에서 쓰는 아이와 엄마의 성장 기록
푸우가 축구를 시작한 건 작년 봄이었다.
아빠가 훈련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던 아기가 어느새 걷고, 뛰고, 드디어 공을 다루게 되었다.
동네 운동장에서 상급생들의 축구 수업을 목격하고
호감을 갖고 지켜보다가
두어 번 끼어 감을 익힌 후 풀타임 소화가 가능했을 때 정식 등록했다.
보는 것과 실제 참여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서
푸우는 첫 시험 수업에서 막상 형들 사이로 들어가기 주저하고 아앙 울음을 터뜨렸다.
감사하게도 당시 코치는 '여러 번 와서 보다가 언제든 마음이 열리면 들어와서 해도 좋다'라고 허락해줬다.
그 너그러운 기다림 덕분인지 푸우는 이후 수업에서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고, 갈수록 더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흥미라기보다 아빠의 의지가 강했기에 조금 걱정했지만 아이는 얼핏 지루해 보이는 훈련을 군말 않고 수행했다.
아마도 푸우는 축구 수업을 훈련이라기보다, 형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즐거운 활동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아이가 곧잘 따라오니 아빠는 신이 나서 수업이 없는 날 개인 훈련까지 병행했다.
아무리 잘한다 해도 유아기인 만큼 형들과 연령에 따른 신체발달 격차는 존재한다. 어쩌면 '처지는' 모습을 보는 게 불편한 부모의 안타까움과 조급함이 개인 훈련의 커다란 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무엇보다 불편했던 건 그 쪼꼬만 아이들 사이에도 텃세가 있어서 우리 푸우를 거부하거나 타박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는 모습을 보는 거였다.
어쩌면 이게 정상인데, 푸우가 첫아이인 초보 엄마는 무척 당황했다.
놀이터라면 '저 형은 푸우와 놀고 싶지 않은 가봐. 다른 데로 가자.'하고 당장 번쩍 안아 데리고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권위 아래 있는 운동장이란 곳은 엄마의 보호와 간섭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유아축구팀 입단 3개월 차 팀 훈련 (21. 5.) 가령 수업 전 게임 카드를 꺼내 놀고 있는 형들 사이에서 '나도 있는데'하며 친근함을 보이면, 그중 일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소리치고 발을 구르는 행동으로 아이를 쫓아냈다.
수업 중 잘 패스해주지도 않지만, 어쩌다 기회를 잡으면 심하게 윽박지르니 푸우는 순간 얼음이 되어 공을 놓치곤 했다.
물 마실 땐, 자기 친구와는 꼭 붙어 있으면서도 코로나 감염 예방을 이유로 유독 푸우에게만 저리 떨어지라고 요구하며 몸을 밀쳤다.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고 다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묻고 중재에 나섰다.
코치가 운동장을 정리하느라 아이들을 보지 못했고, 가만 놔두면 어떻게 사건이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외부 시선이 개입해서 멈출 필요가 있었다.
6,7세반에 만4세때 입단. 동년배없이 형들과 훈련했다. 아이들은 철없는 마음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코치는 축구기술외 매너 교육도 신경써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곳에 있던 다른 부모들 중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이 나쁘다기보다, 텃새란 그렇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푸우가 앞으로도 숱하게 경험할 일이었다.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텃새를 즐기는 세력도, 분위기도 존재한다는 걸 어차피 알게 될 일이었다.
그러나 엄마 입장에서는 조직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이렇게 빨리 해서 좋을 게 무엇인가. 세상을 향한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야 할 시점에! 부모 욕심으로 상급생들이 살쾡이처럼 으르렁대는 정글 같은 축구장에 아이를 너무 일찍 밀어 넣은 것은 아닌가, 행여나 상처 입고 트라우마라도 얻으면 어쩌나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조직 문화에 따라 다르니 할 수만 있으면 신입생을 환대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팀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혹은 더 대중적이고 또래가 많고 이미 오래전부터 정서와 인성 교육에 공 들여온 태권도가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후, 푸우의 형편은 나아졌을까?
아빠는 아이를 더 지켜보자, 괜찮아질 거다는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엄마인 나는 여전히 탐탁지가 않았다.
코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동생이라고 누구나 형들과 어울리기 힘든 건 아닙니다.'
코치의 인식이 그러하다면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일단은 아빠 말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 다음화에서 계속 말씀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