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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실체가 무엇인지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오랜세월동안 저의 안에 있는 분노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했던 수많은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어머니가 항상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만 믿고 살아왔습니다. 인식하지 못했던 분노들은 방향을 잃게 되었고, 세상을 향해서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서 직장상사들에게 투사해오면서 살았습니다. 그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저의 삶을 어렵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유를 알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 저는 고통스럽고 괴로운 감정들을 오랫동안 억누르면서 살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더이상은 버틸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던 불안과 분노는 저의 사회생활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고, 원인을 알수 없었던 저는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던 것입니다. 결국은 깨어나야 했습니다. 오랜세월 억누르고 있던 감정들은 폭발하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두려움, 공포, 무기력증, 수치심, 혼동등의 좌우를 알수 없는 파괴적인 감정들이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매주 사람들을 만나서 등산을 가고, 명상을 하고, 죽을것 같아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가족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아버지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렸을때 경험했던 삶들이 정상적인 가정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고 있던 감정들이 정상적인 수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과에 편입해서 공부를 하고, 가족세우기에 참여하고, 미국에서 정신건강상담을 공부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날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서 제가 경험했던 삶에 대해서 좀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통해서 제가 과거에 가졌던 여러가지 두려움과 행동들이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경험한 전형적인 반응상태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저는 저의 안에 쌓여있는 부모들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는 단계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잠을 자다 새벽에 갑자기 깨어서 욕을 하기도 하고, 저의 마음속에 그렇게 많은 분노가 있는줄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억울해서 울기도 하고 그렇게 마음속의 분노를 놓아보내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언제 끝날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한가지 경험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던 분노의 감정은 줄어들고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상황에 대응할수 있는 감각은 더 좋아지고 있음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또하나 저의 마음속에 있던 감정,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명확한 대상이 없는 두려움이 저의 삶을 너무나 망가뜨리고 좋은 기회들을 빼았아 갔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새벽에 또 잠에서 깨었을때, 저는 그 두려움의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6살 어린 나에게 소리지르고 윽박지르고 때리려고 했던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그저 중년의 평범한 아저씨였던 아버지. 지금의 나보다 덩치도 작고, 다른 특별할것 없던 중년 남자의 소리치고 욕하고 손지검 하는 그의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던 힘없고 어리고 나약했던 6살 남자아이가 느꼈던 그 감정, 그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였습니다. 그것을 알았을때, 저는 비참한 한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내가 평생 그사람을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지금의 나보다 힘도없고 배운것도 없고, 그 자신도 자신 안에 있던 두려움을 나에게 투사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내가 평생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었구나. 저는 내면에 숨어있던 한줌의 분노와 두려움을 마주하고 느끼면서 흘려보냈습니다. 


그 어린 나이의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웠던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공감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참 지금까지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어 주었어, 이제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건 과거의 일이고, 그 사람은 사실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이야. 지금의 너는 훨씬 강하고 커, 그러니 이제는 두려워 안해도 돼.


저는 허탈해졌습니다. 내가 평생 가지고 있던 내면의 두려움, 나의 인생이 성장할수 있는 여러번의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그런 어처구니 없는 두려움이었다니 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저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기쁜 소식은 이제는 더이상 그런 말도 안되는 두려움에 사로잡햐서 인생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남은 인생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더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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