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찌꺼기들로 인한 왜곡현상
감정의 잔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바로 볼수 없습니다.
중년의 시기를 지나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오랜기간동안 혼돈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감정적 혼돈이라는 것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두려움, 수치감, 분노 등의 감정들이 번갈아가면서 마음을 흔들어 대는데, 당시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과 무관하게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면, 현실의 어떠한 상황이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이해할수 없고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길이 없는 깊은 혼동이 주는 감정의 늪에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에, 마치 현실같은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내가 꿈에서 깨어난 것인지 아니면 아직 꿈속에 있는 것인지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것처럼,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자신의 감정을 유발했다고 생각하고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금 거리를 띄우고 생각을 다시한번 해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현실적으로 관련이 없을 경우가 많이 있거나 상당히 왜곡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수 있습니다. 단지 너무나 현실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깨어나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기 혼자 이러한 감정의 혼란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다시말하면, 과거의 감정적 찌꺼기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맥락없는 감정들이 삶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현재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너무나 많이 내면에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들과는 연관성이 없는 맥락없는 감정을 느끼거나, 굉장히 왜곡된 감정의 패턴을 갖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단은 강력한 감정들을 견딜수 있는 감정근육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감정들이 몰려올때 그것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버티면서 그 감정이 어디에서 온것인지를 분별하려면 일단 버텨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이러한 감정근육이 없다면, 강력한 감정들이 느껴질때 지레 겁을 먹고 그 감정들에 굴복하여서 감정을 피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기 쉽게 됩니다. 그러면 또다시 악순환에 빠져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또 더 심한 감정적 짐들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감정의 폭풍이 몰려올때 그 감정에 굴복되지 않고 마주하고 대면할수 있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근육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혼자서 그 감정적 폭풍을 견뎌내지 않고 주변의 신뢰할수 있는 사람들이 같이 그 시기를 보내줄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일단 감정적 폭풍을 견뎌낼수 있는 감정근육이 키워졌다면, 그 다음은 그 감정들을 하나씩 마주하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때는 부모들의 이야기와 역사나 자신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사건들이나 과거 부모들이 경험해야 했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의 맥락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현실의 삶에서 조상들이 경험했던 수치의 겨험이나 무기력의 경험들을 다시금 경험하게 하는 사건을 많이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조상들이나 제가 회피했던 감정적 경험들을 다시 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그 수치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상황을 많이 격어야 했습니다. 전에는 그러한 상황이 되면 회피하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충분하게 느껴줍니다. 그러면서 나의 조상들이 이러한 감정경험을 했었겠구나, 그런데 그것을 충분히 마주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했구나 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을 마주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서 현실에서 제가 경험하고 있는 수치의 감정이나 두려움, 분노에 대해서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항상 그러한 감정을 제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마주하고 느껴줄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 있어서, 그러한 감정들에 압도될때도 있지만, 그래고 50% 정도는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충분히 느껴줍니다. 내가 지금 수치스럽구나 아니면 내가 지금 두려워 하는구나 라고 말입니다.
과거에 감정에 압도되어서 두려움에 떨고 수치감에 떨었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족세우기 워크샵에 참석해서 경험했던 여러가지 상황들과 그 속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감정들도 제가 감정적 경험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받고 공감해주었던 기억들이 저에게 값으로 환산할수 없는 귀중한 경험들이 되어주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귀중한 인연들과 공감의 따뜻한 말을 해주었던 한분 한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의 이 독백과도 같은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