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족세우기와 감정경험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을 경험했을 때의 감격과 파생되는 결과


최근에 참석한 두 번의 가족 세우기 워크숍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구도자가 아닌 일반 참석자로 참여했지만, 맡은 역할을 통해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적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적 경험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 더 설명하고자 합니다.


감정적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


우리는 흔히 사랑, 기쁨, 감격과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 논리적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그 자체로 감정의 실체를 나타내기에는 부족합니다. 단순히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아는 것과 실제로 그 감정을 느껴본 경험은 크게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만 존재하는 '한'이라는 단어는 억울함, 슬픔, 마음의 응어리를 뜻하지만, 이를 실제로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단어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감정적 경험은 우리가 단어를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하기 이전에 몸과 마음으로 먼저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즉, 감정적 경험이 선행되고, 그 후에 그 경험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적 표현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감정적 결핍과 그 영향


저의 경우 어린 시절, 집안의 환경이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민감한 성격이었지만, 가족 중 누구도 제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해 주지 않았고, 결국 저는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가족들 간의 감정적 교류는 거의 없었고, 저는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습니다. 감정 자체를 느끼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고, 이러한 경향성은 점점 심화되었습니다.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삶은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회피하게 되면, 자칫하면 눈에 보이는 육체적 자극이나 중독적인 요소를 추구하는 삶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음식을 통해 감정적 공허를 채우려 하거나 다양한 중독적 요소에 의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논리적 사고와 육체적 욕구만으로는 삶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감정적 욕구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본능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때 우리는 심각한 우울증과 외로움, 그리고 정서적 불안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억눌린 감정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심리적 고통이나 정신적 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논리적인 단어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면, 그 실체를 깨닫지 못하고 마치 신기루를 좇는 것처럼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음 아픈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사랑 이야기 소설을 읽더라도 단어가 감정 없이 지나가는 무미건조한 읽기 경험에 그치게 됩니다.


가족 세우기 워크숍에서의 감정적 경험


이러한 배경에서 저는 가족 세우기 워크숍을 통해 제 내면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감정의 폭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 낙태를 강요한 남편의 역할을 맡았을 때, 상대방이 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분노의 대상이 되었고, 그 상황에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상대방의 분노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또한, 오티즘을 가진 아이의 역할을 맡아 정신병동에 갇혀 외롭게 죽어가는 그 아이의 고통과 외로움을 직접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를 기억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경험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는 감정 경험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으며, 그로 인해 제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한 감정의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워크숍 중 뒤에 세 명의 사람들이 서서 제가 그들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 주는 마음의 편안함과 만족감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히 순간의 감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면 깊숙이 쌓여 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풀어내는 효과를 주기도 했습니다.


감정 경험을 통한 치유와 내면의 변화


제가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세상 사람들 역시 신뢰하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워크숍을 통해 타인에게 신뢰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며, 그로 인한 편안함과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제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던 감정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억눌렸던 감정이 해소되면서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이처럼, 감정을 깊이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가족 세우기 워크숍은 저에게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지난 삶을 돌아보고, 이제는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결론


많은 이들이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면서 무의미한 단어들로만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가족 세우기 워크숍을 통해 삶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하며,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삶의 깊이와 의미가 더욱 확장되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와 같은 감정 경험을 통해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