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하루를 묵으며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뉴욕시에서 2시간정도 허드슨 강변을 따라가면, Holy Cross Monastery 가 나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수도원입니다. 지난주는 특히 침묵의 시간으로 지정되어서, 내부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내면을 성찰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로 가졌습니다. 예배는 하루에 3번 있는데, 그레고리안 찬트라고 하는 단순한 음율을 아무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부르고 단순하게 성경을 읽어주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장식도 거의 없는 실내의 예배당은 단순한 의자들만 놓여있고, 수도사들의 청아한 그레고리안 찬트 소리가 실내를 울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단순하다 못해 단조로운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 들었을때는 마치 삶은 브로컬리를 초고추장도 없이 그냥 먹는 느낌이었지만,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그 날것으로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현대의 소음과 자극적인 소리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 단조로운 사람의 목소리만 있는 그레고리안 찬트가 아무 맛도 없는 맹물처럼 느껴졌었나 봅니다. 1884년에 창립되었으니 벌써 1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지되어왔을 예배들과 지금도 수도사들이 일정한 시간에 계속 그 단조로운 예배를 계속 드려왔다고 생각하니, 세월을 뛰어넘어서 유지되고 있는 그 단순함의 힘이 느껴집니다.
분위기 있는 거실에 있는 의자들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는듯 오랜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진 멋진 가죽의 감촉이 더 없이 부드럽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곳에서 않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눈을감고 생각에 잠겨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진정한 휴식을 취한듯 몸이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아무 장식도 없고 조그마한 침대와 서랍장, 그리고 테이블만 있는 수도원의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평소에는 밤에 심란함 마음과 불안정한 감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때가 많았는데, 모처럼, 아무런 감정적 동요없이, 심란한 생각 없이 숙면을 취할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번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하루 방문하는 것도 저의 일정과 수도원의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한달전에야 겨우 예약을 할수 있었습니다. 마음먹고 친한 지인분과 같이 갔던 수도원의 방문에서 저는 오랜 시간동안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단순한 삶의 힘과 수도사들의 삶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와 저의 가족이 가지고 있는 세대를 통해서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삶속에서 너무나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에서 불필요한 정서적 불안과 고통을 경험했고, 그러한 상황으로 인해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 내면을 보면, 세상에서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제적 성공, 진급과 직위가 올라가는것, 동기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이 동시에 저의 마음 속에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추구하하지만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도승 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은 재물, 사회적 성취, 성공등의 가치들을 뒤로하고 단순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삶에서 다른 측면을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채, 사람들이 마구 달려가는 방향으로 같이 달려가다가, 저의 트라우마로 인해서 뒤떨어진 이후에,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왜 내가 이러한 상황에 빠졌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오랜시간동안 혼돈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시간이 인생에서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시간의 방황과 혼돈의 시기를 통해서 제가 왜 그러한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같이 방문한 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끝날것 같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감사하는 것은, 그 시간을 통해서 저에 대해서 그리고 가족과 세상에 대해서 전과는 비교할수 없는 깊은 이해를 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들과 마음 깊은 대화를 나눌수 있게 되었다는것은, 인생에 다른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수 없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