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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때

나의 내면의 감정이 향하는 곳을 정확하게 알때, 삶의 균형이 맞게됩니다

저는 오랫동안 내면 깊숙이 심각한 분노를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그 분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죠. 분노뿐만 아니라 수치심과 두려움도 제 내면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 감정이 얽히고설켜 제 삶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웠습니다. 동시에 제 안에는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고 싶은 열망과 학문적 연구에 대한 갈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압도적인 부정적 감정들로 인해 이 열망들은 드러나지 못한 채 숨겨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소원을 이루어 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죠.


성인이 되었지만 내면의 감정을 분별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법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내면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니 감정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감정들 속에서 암흑 속을 헤매며 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감정이 폭발하며 큰 사고가 발생했고, 인생이 멈춰 선 듯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던 그 상황에서 독서와 건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삶의 문제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엘리스 밀러의 책을 통해 부모와의 어린 시절 관계가 평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제가 느끼던 분노가 부모님에게 향한 것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거 부모님이 저를 어떻게 대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를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삶의 기억을 더듬으며 구체적인 사실들이 떠오르자, 왜 부모님에게 분노를 느꼈는지 명확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잠재되었던 분노가 하나둘씩 드러났습니다. 때로는 분노에 휩싸여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분노뿐만 아니라 두려움과 수치심 같은 다양한 감정들도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정들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을 직면하는 일이 조금씩 수월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감정의 대상이 명확해지자 타인에게 향하던 분노나 수치심이 점차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윤리적, 종교적 이유로 부모님에게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가 정리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필요하게 분노를 쏟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는 제 사회생활을 더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가족세우기(Family Constellation)를 통해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친밀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삶이 힘들었고, 억눌린 분노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분노를 통제하거나 용서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감정은 제 의지로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기억과 감정이 드러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했습니다. 이 과정은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가족세우기를 통해 제 가족 안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수치, 두려움, 그리고 분노의 감정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약함으로 인해 사회에서 겪은 불이익과 그로 인한 수치감이 분노로 이어졌고,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감정들이 가족 내에 얽혀 내려오면서 더 복잡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면의 혼돈을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고, 괜히 시작했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돌보고 내면을 돌아보는 일은 삶에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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