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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Mar 08. 2019

세계 여성의 날, 일터가 평등해야 삶이 평등합니다.

3.8 세계 여성의 날, 그 투쟁의 역사를 계승하며

세상은 감동적인 모성애를 자주 이야기합니다. 여성에게 고귀한 엄마가 되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성은 과연 고귀하게 대접받고 있습니까. 아니 평등하게 존중받고 있습니까. 가사노동은 물론이고 돌봄, 급식, 청소, 보육, 경리, 판매 등 여성에게 편중된 노동, 엄마들에게 요구하던 노동을 우리 사회는 낮게 평가합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봉사하라거나 저임금으로 막 써도 되는 부차적 노동으로 바라봅니다.     


'저출산'이 심각하다 말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의 경력단절 대책은 지지부진합니다.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여성에게 ‘저출생’의 책임을 떠넘기는 성차별 용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사회 진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사회 진출을 뒷받침해 주는 사회서비스노동의 가치는 뒷전입니다. 산업자본 육성을 위해 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농업을 붕괴시켰던 자본주의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됩니다.    

  

마치 쌀값을 싸게 통제해 저임금을 참을만한 것으로 만든 과거 정책과 최근 사회서비스노동 공급은 비슷합니다. 여성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쓰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여성들이 참을만하도록 만들기 위해 가사노동을 대체하는 사회서비스노동을 어떻게든 싸게만 공급하려 합니다. 가부장제에 속박돼 여성들이 전담했던 가사노동을 다른 여성의 저임금노동에 맡기고, 그 여성은 또 다른 저임금 일터로 나가야 하는 굴레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임금 착취와 가부장제는 서로 윈-윈하고 여성들은 서로를 갉아먹게 만드는 성차별 체제가 계속 굴러갑니다.      


그렇게 오래 일할수록 여성이 다수인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은 더욱 벌어집니다. 여성을 선호하는 사업장일수록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고 근속의 가치도 낮게 평가합니다. 유리천장에 막히고 경력단절에 좌절합니다. 한국은 OECD가입국 중 성별임금 격차 1위로 가장 심각합니다. 채용과정과 일상의 외모평가로 여성들은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직장에서조차 성유희와 성폭력 노리개로 삼고, #me_too로 저항하면 꼴페미라고 혐오합니다.       


오늘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날입니다. 여성이라서 차별받고 여성노동자라고 무시당하는 현실을 깨부셔야 합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함께 싸울 것입니다. 부끄럽게도 오늘 민주노총은 우리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성평등 모범 조직상을 수여합니다. 노동조합 안에서 여성주의가 자유롭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지만, 이 상이 남성사업장에 수여되는 날이 온다면 세상은 한 발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일터가 평등해야 삶이 평등합니다. 노동조합이 앞서서 실천하겠습니다. 


2019. 3. 8.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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