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티 매니저 이형우님과 나눈 첫번째 이야기
‘코워킹 오피스’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멋진 인테리어, 친절한 커뮤니티 매니저, 자유분방하게 일하는 사람들.. 사실 이렇게 멋진 코워킹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업무에 가장 필요한 건 인터넷과 같은 오피스 인프라에요. 각종 스마트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일상과도 같죠.
헤이그라운드 멤버들의 일하는 일상을 책임지는 퍼실리티 매니저 이형우님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Q. 헤이그라운드는 커뮤니티 오피스이기 이전에 ‘코워킹 오피스’죠. 코워킹 오피스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는 무엇이 있나요?
일단 코워킹 오피스란 건물 그 자체보다는 그 안의 ‘공간’을 말합니다. 이를 전제로 세 가지 정도가 생각나는데요.
가장 먼저, 건물에 대한 부분입니다. 건물 입지, 상하수도, 냉난방 설비 등의 기본 컨디션 등이 공간의 퀄리티를 결정하죠. 이는 건물을 빌리는 임차인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라, 여러 조건을 미리 따져 봐야 해요. 그렇게 공간이 들어갈 건물을 확정한 후, 원하는 공간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합니다.
두 번째로, 업무 인프라는 정말 중요한 구성요소인데요. 앞서 건물을 확정하고 인테리어를 진행한다고 공간 구성이 끝날까요? 헤이그라운드는 코워킹 오피스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업무’하기 좋은 공간이 되어야 해요. 업무에 적합한 인터넷 환경, 보안 출입 시스템, 복합기 및 공유 장비 등 업무 인프라 구축이 필수죠.
마지막으로, 공간의 ‘소프트웨어’인 공간 운영 정책, 각종 공간 서비스가 담길때 비로소 코워킹 오피스가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Q. 형우님은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퍼실리티 매니저는 주로 업무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리해요. 업무 인프라는 코워킹 오피스에서 공기와 같아요. 정상 작동이 기본 상태고,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리스크는 매우 크죠. 업무가 마비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탐구심을 갖고 고객이 가장 업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인프라는 고객 입장에서 참 당연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요소 같아요.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이것만큼은 정말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무선 인터넷(wi-fi) 환경은 반드시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요.
맨 처음 무선 인터넷(wi-fi) 환경을 구성할 당시, 입주 고객들이 사용할 디바이스 개수에 맞춰 인터넷을 설계했어요. 그런데 입주사가 어떤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인터넷 사용량이 달라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사무 업무를 하는 입주사가 사용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층에,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입주하시니 인터넷이 느려지더라고요. 코워킹 오피스에 입주하는 회사의 사업 형태가 다양해지면, 코워킹 오피스 공간의 인터넷 설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후 무선 인터넷보다 안정적인 유선 인터넷 사용을 고객에게 권장하거나 해당 층의 인터넷 공급량을 절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최근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도입하는 회사가 많아졌잖아요. 노트북으로 업무를 많이 하시고요. 유선 인터넷보다 무선 인터넷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고 변수가 많은데, 노트북 이용량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무선 인터넷 환경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에요.
앞으로도 회사들의 사업 형태나 사람들의 인터넷 이용 행태는 더 다양해질테니, 좋은 전문가를 섭외하고 적정 기술을 찾는 건 영원히 숙제일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오늘도 안정적인 무선 인터넷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헤이그라운드는 코워킹 오피스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에 공간을 오픈했어요. 초기 기획 멤버셨는데 당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코워킹 오피스를 위한 적정 기술이 아직 한국에 많지 않았어요. 특히 복합기 솔루션을 찾는 데에 애를 먹었죠.
일반 사무실에서 복합기를 공유하는 시스템은 있었지만, 코워킹 오피스에서는 개인에게 할당된 기본 수량이 인쇄할 때마다 차감되는 기능까지 필요했어요. 복합기 소프트 웨어, 네트워크, 홈페이지의 회원 개인 정보, 보안 출입 카드까지 모두 엮이는 시스템이죠. 한국에는 사용 중인 기술을 찾기가 어려웠고, 결국 일본에서 만든 솔루션을 도입했어요.
그런데 또 문제가 있지 뭐에요. 해당 솔루션은 우리 나라 정부 기관 문서 인쇄가 안 되는 거예요. 보안 문서를 인쇄할 때는 컴퓨터를 프린터로 직접 연결하라고 고객에게 안내했어요. 참 불편한 방식이었죠. 그러다 랜섬웨어 감염 예방을 위해 복합기를 교체할 일이 생겼고 그때 한 단계 나은 통합 구축 솔루션을 도입하게 되었어요.
복합기 드라이버 설치 방식도 고민이 컸어요. 고객이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복합기 드라이버 다운로드인데요. 한번 해보면 그 뒤로도 쉽게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처음엔 괜히 어렵게 느끼시더라고요. 그래서 원클릭 설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도입했지만, 설치 후 오류가 많이 발견됐어요. 그래서 결국 ‘원’클릭이 아니더라도, 처음에 제대로 다운로드를 한 뒤 오류가 없게 만들자! 는 방향으로 결정했죠.
이처럼 경험이 쌓일수록 운영자와 사용자에게 모두 편한 방식을 연구하게 돼요. 지금은 헤이그라운드 오픈 초기에 비하면 복합기를 사용하는 환경이 엄청나게 좋아졌답니다.
Q. 형우님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적정 기술의 도입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우님의 하신 일 중에 ‘아, 이건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지’ 하는 성과가 있나요?
실물 카드 없이도 출입할 수 있는 QR 코드 시스템을 도입한 거요.
1호점(성수 시작점)을 운영할 때까지는 실물 카드만 있어도 출입하는데 불편함이 없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출입카드를 찍으면 내부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2호점(서울숲점)은 엘리베이터에 카드 리더기 도입이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공용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갈 때 보안카드를 들고 가지 않으면 사무실로 복귀할 수가 없었죠. 실물 카드 없이도 출입할 방법을 생각하게 된 계기에요.
헤이그라운드는 자체 어플이 이미 있었고 멤버들은 모두 홈페이지 계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플에서 QR코드를 띄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QR코드가 매일 갱신되도록 했고요. 동시에 큐알 코드 출입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도 리서치 했어요. 홈페이지 개발자와 보안 시스템 업체의 합작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죠.
QR 도입후에 사용자와 운영자 모두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실물카드를 챙겨오지 않는 분들께 임시카드를 발급하고 반납을 챙기는 과정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고객이 카드를 깜박해도 운영팀을 찾아올 필요가 없어서 고객 관점 편의도 향상되었고요. 미팅 방문자에게도 멤버가 직접 방문자 QR을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여러모로 간편해졌죠.
Q. 업무 인프라는 공기와 같다고 해주셨어요. 공기가 없으면 치명적이죠. 업무 인프라에 문제가 생겨 가장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복합기가 랜섬웨어 감염된 순간이에요. 이제까지 총 세 번 감염되었는데요, 첫 번째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갑자기 당해서 복구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어요. 두 번째 감염 후엔 확실히 대안을 마련했죠. 문제가 있어도 쉽게 복구할 수 있도록 복합기 솔루션을 백업해둘 장비를 도입했어요. 감염 시 임시로 쓸 수 있는 서버도 구비했어요. 덕분에 세 번째 감염 때는 큰 피해 없이 이틀 만에 랜섬웨어를 복구할 수 있었어요.
헤이그라운드는 고객에게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는데, 바이러스로 인해 업무 내용이 다 날아가면 업무 공간으로서 역할을 못 하는 거예요. 엄청난 리스크죠. 아찔해요.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장담하긴 여전히 어렵지만, 계속해서 대안을 준비해두려고 해요. 곧 네트워크를 보완 구축할 예정인데,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일 방법까지 폭넓게 검토 중입니다.
Q. 헤이그라운드를 더 가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고 싶어요.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해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집에서도 조명 끄 는것을 잊고, 멀티탭도 켜두고 외출할 때가 종종 있잖아요. 헤이그라운드와 같은 대형 공간은 자동화가 답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각 층 마지막 분이 퇴근한 후 해당 층의 조명이 모두 자동으로 꺼지는 기술이 있다면 정말 효과적일 거예요. 현재 헤이그라운드 입주사에서 해당 기술을 연구하고 계시는데, 헤이그라운드가 연구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논의 중이기도 해요.
또한, 헤이그라운드는 임팩트 지향 조직이 모여있는 코워킹 오피스이기에 기후 위기 관련 입주사도 많아요. 루트에너지, 씨드앤, 임팩토리얼(모레상점), 기후솔루션 등이 있죠. 입주사와 협업하기만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공간을 운영할 수 있더라고요. 다들 저희 고민을 잘 들어주시고 기꺼이 의견을 주시기 때문에 우리 공간이 점점 더 탁월해지는 거라 생각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 오피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퍼실리티 매니저, CX 매니저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임팩트 지향 조직이 함께 모여 일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이들의 하루를 자세히 파헤칠 예정이니,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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