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티 매니저 이형우님과 나눈 두번째 이야기
*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사람들 시리즈 1편, 코워킹 오피스 퍼실리티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와 이어지는 인터뷰입니다.
앞서 헤이그라운드의 공간 인프라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퍼실리티 매니저의 업무 전반을 훑어보았는데요. 이번엔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퍼실리티 매니저의 하루를 가까이서 관찰해본다면 어떤 장면이 가장 많을까요? 아마 누군가와 만나 ‘미팅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될 거예요. 코워킹 오피스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운영팀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나의 건물이 온전하게 제 일을 다 하려면 여러 파트너와의 협업이 필수입니다. 건물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소방과 보안을 관리해주시는 FM(Facility Management, 건물 시설 관리)사 직원분들, 공간을 늘 깨끗이 청소해 주시는 클리너님들,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AS를 책임져 주시는 장비업체 담당자님들까지 수많은 파트너가 있습니다. 이분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헤이그라운드 공간은 멈춰버릴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수많은 파트너와 더 좋은 방향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헤이그라운드답게 운영하기 위한 파트너와의 협업 팁은 무엇일까요? 퍼실리티 매니저 형우 님께 묻고, 답변을 들어보았습니다.
Q. 헤이그라운드 공간 운영에 있어 ‘파트너’는 어떤 역할인가요?
먼저, 파트너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요.
사실 다른 곳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일지 몰라요. 흔히들 하청 또는 계약 업체라고들 하죠. 하지만 저는 업무를 요청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 이상으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파트너'라고 부르고 있어요.
파트너는 팀에 없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고 계십니다. 제가 헤이그라운드 전반의 업무 인프라를 관리하지만, 인터넷 기술, 보안 기술 등을 개발하는 전문가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진 못하거든요. 헤이그라운드 오피스 인프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의 키를 가진 분은 파트너분들이에요. 한분 한분 소중할 수밖에 없어요.
Q. 파트너와 함께 더 잘 일하기 위해, 형우 님만의 관계관리 노하우나 커뮤니케이션 팁이 있다면요?
모든 파트너에게 적용되는 첫 번째 원칙은 ‘존중’입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시는 분들을 존중해야,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저희도 존중받을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중은 이유 불문 당연한 가치죠. 이 당연한 존중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일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존중하는 만큼 파트너분들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시거든요. 그럼 저희는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만약 말 한마디로 협력 관계가 틀어질 경우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하고 상호 합을 맞추는 데는 더 큰 비용이 들어가요.
두 번째 원칙은 ‘명확’이에요. 저희는 보통 업무를 요청하는 입장입니다. 이때 제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상세하고 정확히 전달해요. 예를 들면 “언제까지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죠. 이해를 돕기위해 사진이나 그림을 첨부하기도 하고요. 잠깐 편하자고 짧게 소통하면 나중에 더 일이 많아질 수도 있어요. 이해가 어려우니 되묻고 답하는데 시간을 쓰게 되거나, 이해가 안 된 채로 업무를 하셔서 일을 두 번 하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Q. 건물의 소방과 보안을 관리해주시는 분들, 장비를 설치해주시는 분들, 공간의 청결을 관리해 주시는 분들 등 파트너 각각의 분야도 정말 다양하고 많을 텐데요.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소통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저는 스스로를 번역가라고 생각해요. 고객과 파트너 사이에서 정보를 가공해 전달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파트너가 사용하는 전문용어는 이해하기 쉬운 일반 용어로 바꿔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의 요구는 파트너가 일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처음엔 어려웠어요. 전문용어를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고, 일하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대화의 포인트를 못 잡기도 하죠.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을 쓰기 시작했어요. 첫번째 더 알기 위해 공부한다. 두 번째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한다.
공부하는 만큼 확실히 일하기 편해져요. 상대방이 저를 이해시키는데 시간을 적게 쓰게 되니 중간 조율 시간이 짧아지고, 바로 일에 착수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제가 너무 깊게 공부한다면 전문가를 파트너로 두고 함께 일하는 이유가 없어요. 저는 관리자로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따라잡을 순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화가 원활하게 될 정도의 지식을 쌓는 건 확실히 도움이 돼요.
공부해도 모르겠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면 돼요. 협업할 때는 서로 이해 수준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모르는 상태인 것을 상대방이 아는 것도 이해 수준을 맞추는 과정일 수 있죠. 전문가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일하다 보니,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파트너만큼 없지만 고객보다는 많아지더라고요.
Q. 파트너와 협업하며 새롭게 알게 됐거나 깨달은 점이 있으신가요?
책임감을 실감하게 되었죠. 파트너와 일할 때 저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돼요. 신중해야 합니다. 가끔 큰 금액이 오가는 계약을 할 때 특히 부담이 커요. 계약서에 회사 도장을 찍을 때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과 계약서 조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것까지 저희 팀과 회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니까요.
협상력도 많이 늘었어요. 모든 파트너와 원만하게 일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죠. 협상의 순간마다 강수를 두는 게 맞을지 한발 물러나야 할 때인지 타이밍을 캐치하는 능력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MBTI가 ENFP인 저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관계에 신경을 많이 써요. 회사에서도 다들 저를 편하게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웃음) 그런 제 성향이 파트너분들과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편하게 연락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노련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많이 습득한 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이겠네요.
Q. 형우 님은 어떤 팀에 속해있고, 어떤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과 함께 일하나요?
저는 워크스페이스 팀에 속해있어요. 워크스페이스 팀은 커뮤니티 코워킹 오피스인 헤이그라운드와 커뮤니티/이벤트 스페이스 브릭스를 운영해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고객 경험을 책임지는 팀이죠.
팀 리드와 지점 CX매니저 두 명, 저까지 포함해 총 넷이 한 팀으로 함께 일하고 있어요. 팀 리드와 퍼실리티 매니저는 지점 구분 없이 일하지만, CX매니저는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과 성수 시작점을 각각 맡아 책임 지점의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요. 고객의 범위를 좁혀야 고객 한명 한명을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죠. 보통 CX매니저분들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먼저 파악해서 공유해주시고, 함께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못지않게 내부 팀원들과의 협업도 중요하잖아요. 워크스페이스팀만의 협업 문화를 소개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워크스페이스팀은 함께 논의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래서 주에 한번은 오프라인으로 모여 다 함께 회의를 하죠. 지난주에 있었던 특별한 이슈를 공유하고 회고합니다.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내용이 전달되어야하기 때문에 팀 전체가 숙지할 내용을 나누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희는 입주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고객을 더 잘 도울 수 있다고 믿어요. 한달전부터는 팀 회의 시간에 세 명씩 맡은 지점의 입주사 퀴즈를 준비해와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정답을 맞히죠. 많이 맞히려고 사전에 공부하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웃음) 워크스페이스팀 구성원들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 오피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퍼실리티 매니저, CX 매니저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임팩트 지향 조직이 함께 모여 일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이들의 하루를 자세히 파헤칠 예정이니,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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