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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학원생 남편 Jul 26. 2023

결혼할 사람끼리 까놓고 말해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것

 "나는 결혼에 대한 로망 같은 거 없어", "결혼식을 왜들 그렇게 화려하게 하는지 이해 못 하겠어"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결혼하기 전까지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마음속에 한번쯤 그려본 그림하나쯤 있는 거니까.




제발 솔직히 말해

 어찌어찌 우리 마음대로 결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면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해요. 부모님 다음으로 넘기 어려운 산은 바로 서로의 '의견 충돌'입니다. 아무리 틀에 벗어난 결혼식을 우리끼리 만들어본다고 한들 누구나 하나쯤은 "이것만은 꼭 했으면 좋겠다"라는 게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계획의 처음부터 까놓고 말할 시간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신부는 식장은 초라해도 다이아반지가 있어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신랑은 명품구두를 신어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죠. 그래서 내가 아무리 속물 같아 보일지라도 그 이야기를 처음에 꺼내야 그 부분을 중심으로 다른 부족한 부분을 채워낼 수 있어요.


 우리 부부는 서로 원하는 게 확실했어요. 저와 신부는 우리의 결혼식에 예도를 꼭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참고로 저는 제복을 입는 학교를 나와서 학교 측에 요청하면 지역에 따라 일정 금액을 내고 예도를 받을 수 있었어요. 예도 비용은 약 200만원. 결혼식 비용 전체 예산을 600만원으로 잡았는데 그중에 1/3이나 차지한 거예요. 처음에는 비용이 컸기 때문에 둘 다 쭈뼛쭈뼛 대다가 결국 까놓고 말하는 시간을 갖고 다 포기해도 이건 꼭 하자고 하고 결국 다른 곳에서 아끼는 방법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출처: 핀케스트


된다 그랬지 쉽다고 안 그랬다.

 "예산 600만원이라니, 그거로 결혼식이 된다고?" 네 됩니다. 대신 결혼 준비를 9개월가량 한 것 같아요. 스몰웨딩을 위한 작은 식장을 예약하고 그에 맞는 드레스랑 정장을 구입했어요. 둘 다 합쳐서 30만원 정도? 부케는 조화를 둘이 앉아서 세 시간이나 공을 들여 4계절용으로 만들고 옷과 부케를 들고 다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 가서 웨딩사진을 찍은 거죠! 그렇게 획일적인 스튜디오 촬영 말고 우리만의 웨딩 촬영을 했어요. 양가 부모님의 한복도 발품을 팔아서 단아한 한복을 구하고, 헤어·메이크업도 식장에 제휴되어 있는 데로 선택해서 경제적으로 해결했어요. 그렇지만 언제나 결혼식에는 [추가비용]의 유혹이 도사립니다.


 식장 장식을 생화로 할 것인지 조화로 할 것 인지, 사진작가님은 등급별로 견적이 천차만별이고 생각만 해도 어지럽네요. 사실 결혼식이라는 것이 욕심 내고자 하면 끝도 없기 때문에 끊임없는 둘만의 가족회의를 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생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진작가가 비싸면 뭐가 좋을지 솔직한 의견을 서로 공유하는 거죠. 그런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건강한 부부가 되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힘든 일이에요. 누가 보면 몸으로 때웠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몸으로 때운 게 맞아요. 그렇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어요. 부족한 형편에도 우리들만의 결혼식을 할 수 있으니까 행복했어요.


[결혼식 비용]
1. 예도 : 200만원
2. 드레스: 30만원
3. 헤메: 65만원(신랑신부, 부모님)
4. 결혼식 앨범 3개 및 촬영: 45만원
5. 식비: 5만원 x 50명 
6. 대관료: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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