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삼일 프로젝트 May 03. 2017

파주 통일촌 마을에서

거짓말처럼 평화로운 마을

식당에 가려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바쁜 목소리로) 검문소에서 기다려봐요. 곧 나갈게요.


통일촌 장단콩 마을 식당
주소 :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길 64
전화번호 : 031-954-3443



주소를 아무리 다시 쳐도 뭔가 이상했다. 내비게이션은 갈 수 없는 길이라고 반복했다. 마치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지? 하는 듯 점점 짜증을 내는 말투. 우리 앞에는 통일대교라는 긴 다리가 있었고, 그 끝 검문소에서는 잘 생긴 헌병들이 들어오는 차를 모두 확인 중이었다. 무작정 검문소로 들어갔다가 헌병에게 잡혀가면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밥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고 하면 믿어 줄까. 앳되 보이는 군인의 인상은 좋았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마지못해 식당에 전화를 하니, 몇 명인지를 묻고 검문소에서 기다리란다. 직접 나와서 확인해줘야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귀찮음이 실린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내비게이션도 식당 사장님도 모두 짜증을 내던 오후. 우리는 어린이날 유원지에 가는 어린아이처럼, 식당 봉고차를 졸졸 따라가서야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잘생긴 군인 아저씨는 차에 탄 우리 모두의 신분증을 달라 했고, 연락처를 적었다. 그냥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신분증 사진의 뽀샵 정도를 확인하고는 들여보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통일촌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이곳 통일촌은 민통선에 위치한 마을 중 하나이다. 민통선(民統線), 교과서나 신문에서만 보았던 이름.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에서 5~20km에 지정된 '민간인통제구역'. 민간인 통제 구역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평일이라서 그런지 마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처럼 잘 정돈된 마을은 세상모르게 평화롭다. 집집마다 걸려있는 태극기는 봄 볕에 일광욕을 하고, 우체통과 강아지는 민간인이 오자 귀를 쫑긋거리며 꼬리를 한번 흔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마을에는 텃밭이 있었고, 교회가 있었고, 작은 상점과 카페와 학교가 있었다. 민간인이 살고 있었다.



마을 입구 배밭. 운 좋게도 하얗게 핀 배꽃을 만날 수 있었다.


집집마다 걸려있는 태극기


마을 중간에 있는 방공호 체험 공간.


슈퍼는 이곳 하나 볼 수 있었다.


기본으로 나오는 정식. 1인분에 8,000원.


마을 중앙에 작은 카페도 있다.


깨끗이 정돈된 시골마을


1973년 마을 조성과 함께 만들어진 교회


급수탑


통일촌 마을


통일촌 마을




사진, 조혜원
글, 김홍주
매거진의 이전글 이영미술관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