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세진
읽던 책을 펼쳐 든 어느 주말,
여자는 심드렁하게 울리는 전화벨을 집어 들었다.
"그래, 다녀와."
선을 보게 되었다는 남자의 말이
수화기 너머로 막 흘러나오던 참이었다.
그렇게 여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남겨둔 채,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모퉁이가 접힌 채로 책의 여행은 시작 된 것이다.
여자는 책을 몇 권 더 우겨 넣었다.
이렇듯, 외롭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여행 가방을 몇 킬로 즈음 더 무겁게 만드는 것 일지도 모른다.
읽던 책을 마저 읽던 주말.
우리는 서로 외로움을 향해 몸부림 쳤고,
어떤 여행의 중간에서 새 책을 읽기 시작할 지도 모르는
그런 순간들이 오게 되어버렸다.
사진, Rosalind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