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소담한 개인 미술관
관장님은 어디를 가장 좋아하세요?
음.. 난 초가집 근처가 좋아요.
이영미술관
주소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 4로 63
전화번호 : 031-213-8223
솔직히 말해야겠다. 순전히 우연이었다. 함께 한 동료가 "저기 미술관이 있네요. 가볼까요?"라고 말을 하고, (매사에 즉흥적인) 나는 동의를 했다.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던 아침, 미술관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주차 관리소에는 한 노인께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우리가 뜨내기들인걸 알아버린 듯 쉬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입구에서 서성이다 무안해진 우리는 "입장료를 내야 하나요?"라고 먼저 물었고, 그는 '안 내고 들어가도 상관없어'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인 입장료는 9,000원. 한번 가볼까 의견을 냈던 동료는 입장료를 듣고 머뭇거리며 날 돌아봤다. '이제 들어갈지 말지 네가 결정해.'라는 표정. 혹여라도 들어갔다가 실망하면 잔소리할까 염려해서 일거다. 사람들이라도 좀 있었으면 슬그머니 고민하는 표정으로 뒷걸음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술관 입구에는 달랑 우리만 있었고, 무심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개인적으로 미술관을 드나드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할아버지의 그런 무심함이 맘에 들었다.
미술관에는 전시실이 있었고, 잘 다듬어진 정원과 조각공원과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정원 가운데 위치한 초가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부엌 안에서는 장작불과 음식재료와 설거지 냄새가 오래도록 뒤섞여 황토벽에 숨어있다가 숙성된 냄새가 마중 나왔다. 미술관에 들어가면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 냄새에 부엌과 방안을 한참 뒤척거렸다.
이 미술관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갑자기 방문해서 그림을 샀던 이야기, 돼지를 키우던 돈사를 개조해서 만든 미술관, 고속도로 개통으로 옮겨 왔던 이야기, 남은 여생, 예술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유학을 갔던 이야기, (당시만 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두 화가를 40년 넘게 후원하며 만들어진 미술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인 미술관 등등. 이 곳에 대해 알아갈수록 할 이야기는 넘쳐난다. 아니,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못쓰겠다. 어차피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 구구절절한 텍스트는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아마도 당신이 이영미술관에 간다면, 미술관을 손보거나 정원을 호미로 손질하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김이환(82), 신영숙(78) 부부. 눈인사라도 건네면, 내가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시겠지. 그분들에게 남은 이야기는 맡겨야겠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고,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는 노부부는 성북동에 살고 있으며,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신다. 힘들지 않냐고 감히 묻지 못했다. 또 오고 싶다고만 인사를 대신했다. 진심이었다.
사진, 조혜원
글, 김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