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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일 프로젝트 Sep 15. 2017

동네책방, 오키로미터

부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서점

당신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요


한참을 찾았다.

부천역 남부광장을 지나 자유시장 방면으로 열심히 걸었지만 <오키로미터>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건물 2층과 3층에 각각 카페와 독립서점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던지라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보고 스마트폰 지도앱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기를 반복했음에도 <오키로미터> 입구를 한번에 찾질 못했다. 결국 목적지를 한참이나 지나쳤다가 돌아온 후에야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좁은 입구 한쪽 벽에 “당신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요?”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길 찾는 능력은 괜찮지 않은 것 같아요…” 라고 중얼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2층은 카페로 커피나 다른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음료를 주문한 후 1,000-2,000원을 내면 추가로 음료 주문이 가능하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더라도 일정 금액을 내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오키로미터>가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를 지향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카페라기 보다는 개인이 와서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더 짙게 받았다. 실재로 방문했을 때 카페에 있던 손님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쓰거나 읽거나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책에 대한 주인장의 애정


3층은 독립책방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는데 책 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혹은 주제와 관련된 물건들도 비치되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책마다 사장님의 짧은 감상평이나 소개글이 책 표지 앞에 붙어 있었다는 것. 책방에 있는 책 한권한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책에 손글씨로 붙여둔 소개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


2층 카페에 앉아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통유리 너머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람과 가게와 자동차로 시끄럽고 분주하기 그지없는 부천역 자유시장 주변의 풍경이 차분한 카페 안 분위기와 묘하게 대조를 이루었다.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날 집 안에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창 밖의 비를 보며 감상에 젖을 수 있는, 그런 상태였달까.




<오키로미터>를 나와 다시 부천역으로 향하면서 내 감각은 다시 바깥의 소음, 분주함, 더위에 힘겹게 적응해 나갔다. 두어 번, 고개를 돌려 방금 나왔던 입구를 바라보았다. 다음의 방문을 위해 위치를 확인할 겸, 그리고 머무는 동안 느꼈던 편안함을 살짝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 글, 사진 : 박상환





오키로미터 (5KM)
주소 : 경기 부천시 경인로211-1 (2층-카페, 3층 북스토어)
연락처 : 031-611-9636
블로그 : 5kilomar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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