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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Sep 13. 2023

아침밥

슈퍼마리오 마을 볶음밥


입추도 지나고 삼복 더위도 물러났다. 낮에 울던 매미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로 계절이 바뀌고 있다고 알려준다.


올핸 유독 여전히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른다. 입추 지나고 여름이 더웠봤자지 했던 절기에 대한 믿음에 저항력이 생겼다. 밥할때 가스불 켜기도 망설여지니 말이다.


가족의 아침을  의무적으로 챙기는건 책임감이겠지? '입맛 없어 안먹을래'란 말이 바늘같이 콕콕 찌를때가 있다. 정성껏 아침을 준비한 순간엔 이 말이 더욱 그랬다.


냉장고 안에 야채칸을 털었다. 손에 잡히는대로 야채를 집어 도마에 올리고 썰었다. 어제 먹고남은 식은밥을 정리해주기엔 볶음밥 만한게 없다.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휘리릭휘리릭 볶았다. 불앞은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소금간여 마지막에 간장 한스푼으로 감칠맛을 더했을쯤 빨간파프리가를 넣었다. 알록달록 색이 곱다. 등교준비를 하느냐 바쁜 첫째를 불러 후라이팬안에 볶음밥을 보여줬다. '이래도 안먹을거야?'하는 마마음 보태어 야심차게 들이댄 것이다. 이윽고 아이의 한마디에 빵 터지고 말았다.

"뭐야 슈퍼마리오 밥이야~!'

닌텐도 슈퍼마리오가 연상되는 알록달록함이라 한다.

경쾌하게 한공기 담아 식탁에 내밀었다. 바빠도 먹을밖에 없다며 싹 비웠다. 게임을 잘 모르지만 슈퍼마리오의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이히~~이히~~'하며 말이다.

'내신준비기간이라 힘들지? 슈퍼마리오처럼 힘차게 힘내는 날이 되길 바래. 잘먹어줘서 고마워~~'


오늘도 알록달록 어여쁜 하루가 되기를 바래보며...





아침밥이 뭐길래.

초등아니 국민학교시절 할머니 손에 아침을 거른적이 없었다. 없는 살림에 반찬이 풍성하지도 않았을련만 아침밥이 꿀맛이였다. 뚝딱뚝딱 한그릇씩 비우고 등교했던 기억은 13살 어느봄날로 희미해졌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침밥을 더이상 먹지 않았다. 자다일어나 입맛 없다는 핑계로 둘러대기 일쑤였고, 그게 속이 편했다. 그후 중학,고등시절에도 아침밥 거르기 일쑤였고, 지금까지도 아침밥은 여전히 들어가지 않는다.

 

친정엄마는 시어머니인 나의 할머니께 5남매를 맡기고 일하기 바쁘셨다. 가난한 살림은 구깃구깃 구겨진 광목 같았다. 다리미맛을 봐야 펴질 살림이였을지 모를 일이지만 할머니의 아침밥만을 그리워 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두아이의 엄마로 아침밥은 한숟가락만이라도 먹어주면 좋겠단 고지식한(?)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속이 든든해야 하루가 시원하게! 때론 따뜻하게!보낼수 있다고 믿기에 난 또 내일이면 아침에 부엌에서 아침을 시작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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