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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모 Feb 25. 2019

영화<우상>리뷰

69th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영화들

Woo Sang(Idol)/ PANORAMA


모두는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따르고 무언가를 믿고 맹목적인 신념을 갖는다. 우리가 우상이라 일컫는 것은 어떠한 존재일 수도 보이지 않는 믿음일 수도 있다. 우상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막연히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그대로 따라가면 되니깐,, 그렇지만 우상을 갖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은 옳은 방향이라는 전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우상이라는 존재와 믿음이 한없이 어둡고 잔인하며 슬플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올 것 같지 않은 청렴결백한 이미지의 정치인(한석규) 인생에 닥친 최악의 위기와 목숨 같은 아들을 잃고 죽음의 진실을 좇는 아버지(설경구), 그리고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천우희)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맹목적으로 우상을 좇는 자, 우상이 허상이 되어버린 자, 우상이라는 것을 갖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거친 세상 속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한 여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바라보는 입장에서 그들의 유기적인 관계는 무섭기도 가슴이 서늘하기도 그리고 뭉클하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성공이 목표이자 신념 그리고 인생의 우상인 그는 맹목적이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여 선과 악의 선에서 선을 등지고, 아들이 인생의 중심이자 우상인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과 둘러싼 진실이 좇다 더 아픈 현실을 맞이한다. 그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한 여자의 모습은 그로테스적이면서도 처연하다. 각자의 우상을 향해 눈을 가리고 가다 결국 벼랑 끝에 선 세 사람을 맞이한다. 촘촘히 쌓여가는 스토리 라인으로 스릴러적 긴장감과 끝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함으로 극을 초반부터 끝까지 힘 있게 이끌어간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부터 <우상>까지 세상의 어두움에 대해 눈을 가리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두드려 아프지만 바라보게 하는 그리고 어둠 밑바탕에 짙게 깔려있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다.

<우상> 시사회 전 포토콜 - 설경구 배우, 천우희 배우, 이수진 감독
<우상> 시사회가 열린 Zoo Pa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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