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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elraum Nov 03. 2022

사양, 다자이 오사무

사양(斜陽), 국어사전에는 저녁때의 저무는 해.

또는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몰락해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1947년까지 메이지 헌법 하의 일본에서는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 다섯 계급이 있었다.


서쪽하늘 기울어가는 해처럼, 귀족이었던 한 가족이 기울어가고 있다. 귀족 집안의 장녀 가즈코는 몸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도쿄를 떠나 이즈의 산장으로 거쳐를 옮긴다. 화자인 가즈코는  한 번 결혼에 실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귀부인 어머니와 함께 삼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간다. 전쟁터에서 살아온 동생 나오지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설가 우에하라와 함께 어울리며 술과 마약으로 집안의 돈을 탕진하게 된다. 불행은 연이어 덮친다. 어머니의 죽음, 나오지의 자살 그리고 우에하라를 향한 가즈코의 사랑. 가즈코는 앞으로 귀족으로 남을 것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떻게든 평민으로 적응해 살아갈 것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출신과 배경 그리고 삶의 궤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11남매 중 열 번째로 태어났다.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릴 적 정치인이었던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났을 때 아오모리현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었으며 중의원과 귀족원 의원직도 돈으로 샀다고 한다. 당시 일본 귀족원에는 현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끼리 호선하여 선출된 자를 천황이 귀족원 의원으로 칙임 하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 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부자 가문에서 태어난 소설가가 바로 다자이 오사무다.


몸이 쇠약했던 어머니는 다자이 오사무를 챙길 시간 없었고, 정치인 아버지를 따라 외출이 잦아 주로 할머니와 유모의 돌봄으로 유년시절을 보냈다. 동경대 불문과에 입학 한동안 좌익운동을 했다. 가족들이 그의 좌익 활동 사실을 알게 되자 당시 현 의원이었던 맏형이 분노하여 좌익 운동에서 이탈할 것을 서약하지 않으면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편지를 보내서 경찰에 자수를 한다. 이런 자신의 행동에 깊은 자기혐오를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다자이 오사무의 글  <인간실격>처럼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 파멸, 혐오를 담은 글들이 많다.


하지만 <사양>은 자기 파멸이 아닌 일본의 패전과 몰락과 계급사회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이며 다자이 오사무 생전에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소설은 <인간실격>에서 보여주었던 자기 파멸과 달리 화자 가즈코를 통해 희망적인 빛을 얘기하고 있으며 시적인 감동까지 준다.


작가는 이 글을 38세 탈고했다. 그가 죽기 전 1년 전이다.  <인간실격>을 통해 그의 작품을 접했지만 그의 작품은 솔직히 난해하고 어두웠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찾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문체와 필력 때문이다. 특히 <사양> 은 아름다운 시적 표현들이 많다.


"매화꽃은 한숨이 터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언제나 꽃 향기가 방으로 후욱 흘러들었다"


"매화 꽃잎이 날아들어 찻 잔속에 숨어 젖었다"


"한낮의 햇살을 받은 바다가 유리파편처럼 따갑고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당신이 안개처럼 제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그의 글은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픽션이 대부분인데 <사양>에 등장하는 인물 네 사람, 화자인 가즈코, 어머니, 남동생 나오지, 소설가 우에하라는 작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나오지(남동생)는 작가의 전기 모습, 소설가 우에하라에게는 후기 모습이 투영되어 있고 어머니에게는  작가 어머니의 이상형, 그리고 화자 가즈코에게는 힘든 시기를 경험한  작가의 생활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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