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ielraum Nov 15. 2022

책 100권을 읽고

20개월, 책 100권, 느낀점을 정리해보련다.


1. 100권을 읽겠다고 처음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작년 봄,  삶이 핍진할 때  독서는 하나의 도피처였고 나만의 자폐적 공간이었다.


2. 읽은 것이지 온전히 책들을 다 소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첫 번째 책,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하루도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고, 계속 읽었다.


3. 그런 나를 아내와 두딸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다니 특히,가족에게. 혼자 우쭐했다. 우리는 존경에 목마른 50대 중년 아닌가.


4. '독서는 먹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책이 고팠다. 책을 계속해서 읽은 것은 그만큼 나의 무의식속에 삶의 빈 공간이 많았다는 얘기다.


5. 특별한 쟝르를 정하고 읽은 것은 아니지만 수필과 고전문학 중심으로 읽었다. 수필은 강퍅하고 사막처럼 마른가슴에  새벽이슬 같은 촉촉함과  젖과 꿀이 흐르게 해주었고, 고전소설은 인생의 부피를 넓혀 진보된  나를 형성하게 해주었다.


6. 습관이 생겼다. 나의 기분과 느낌을 사물에 치환해보고, 반대로 전환해보는 습작같은 것들이 생겼다. 가령,


"뜨거운 화단에 피어난 장미, 반짝이는 물비늘과 눈부신 햇빛에도 찰나에 잡지 못할 행복은 없다"


"허영기 가득한 레밍처렁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싶은 이기적 욕망의 발동"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내 가슴께에 닿았다"


"쇼생크처럼 회색감옥에 갇힌 기분이다"


7. 책 100권을 읽어야 책 한권을 낼 수 있다는 어느 교수님의 조언에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까? 라며 언감생심, 족탈불급 허영기 가늑한 레밍처럼 이기적욕망이 발동했다.


8. 매일 책상에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갈 때 어줍은 지식으로 돈 버는 것보다 더 배불렀고, 큰 부자가 된 듯 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내 삶의 빈공간을 더 많이 채울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9.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컨텐츠, 다른사람과 구분되는 와일드카드가 생겼다. 삶은  글쓰기 싸움이다. 전단지하나를 만들더라도 궁극에는 메세지싸움이다.카톡도 이메일 조차도.


10. 남의 이야기를 읽고 접촉하면서 나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부끄러웠지만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솔직해질 수있는 유일한 방법이 글쓰기였다.


11. 비록 졸필이고 습작수준이지만 책의 발췌 및 요약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서평이랄것도 없지만 남의 서평도 읽어보고 저자의 문체도 흉내 내본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고 우겨되는 내 모습이지만 하루하루 진보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2.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교보문고의 문구가 내 안에 다시 화인으로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양, 다자이 오사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