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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2016.12.19>

Travel

by 사월

<Crave You> by Flight Facilities


동전으로 지어진 이 도시는 그 자체로 동전을 닮아있다.


이 도시의 거리에서 오감은 갈피를 잃고, 제 갈 길을 아는 것은 도로를 달리는 택시들 뿐이다. 쏟아지는 네온사인과 비트와 알콜 냄새는 자기들만의 흐름을 만든다. 그런 감각의 범람이 계속 되다가도, 이따금씩 그 현란함의 틈 사이로 드러나는 사막과 산맥으로 이루어진 공백의 벌판은 이 모든 감각을 재고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도시는 그런 이면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건조한 표정 속에서 드러나는 가벼운 웃음처럼, 다시 이쪽을 보라 네온사인을 흔든다. 그때 이 노래가 들린 것이다. 익숙했지만, 다시금 낯설게.


사유할 여유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쓸 수 없다. 잠 속에 사념은 잠식되고, 피로 속에서 생각은 건조해진다. 습관적으로 무감각해진다. 어떤 특별한 자극들도 감도가 맞지 않는 라디오 주파수처럼 잡음이 가득하며 때문에 종종 그 출입구를 틀어 막게 된다. 수없이 반복된 시차의 변화에 적응한 결과는 내 자신의 입력과 출력에 시차를 두는 것이었다. 전능감과 불능감이 시시때때로 교차한다. 동전을 뒤집듯이.


이 도시는 수많은 무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그 무대에서 무대로 옮겨다니며 커튼 콜 없는 무한한 공연을 보고 있는 셈이지만, 그 무대의 좁은 틈 사이로 보이는 뒤편이, 그리고 그 앞과 뒤 모두가 솔직하다는 것이 이 도시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 도시의 모든 거짓과 진실은 서로를 감추지 않으며 솔직히 양면을 드러낸다. 과연 솔직한 거짓말은 정말로 거짓말인가? 어쩌면 우리가 가진 솔직함이란 그 정도의 것이 아니었을까?


문득 다시 많은 것이 쓰고 싶어졌고, 많은 감각을 갈무리 하고 싶어졌다.

https://youtu.be/r0bS-YnLf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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