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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Feb 22. 2022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

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기획재정부를 담당해서 이 분을 마주칠 일은 없었다. 인품이 매우 훌륭한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따름이다. 덕수상고에서 주경야독을 해 고시에 합격한 신화를 건너들었다. 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부총리직을 벗어던지고 전국을 돌아다닐 때 나는 '과연 이 사람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이 책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경제와 관련한 전문적인 부분을 차지하고서라도 정치와 사회, 언론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200% 동의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극심한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 상대방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박멸(eradicate)해야 할 존재다.  만일 영화 어벤져스의 타노스와 같이 나와 정치성향이 다른 상대방을 핑거스냅 하나로 없앨 수 있다면, 인구의 절반이 그대로 날아가는 것이다. 그럼 국방, 예산 등은 당신이 기존보다 2배로 분담을 해야 한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상대진영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4대 구조개혁을 모토로 삼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구조개혁에 성공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암울하다는 사설과 칼럼, 기사 등이 무수히 쏟아졌다. 하지만 4대 구조개혁은 실패했다. 이 정부에서 구조개혁이라는 말은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모든 문제 해결을 다음 정권으로 이전해버리는 '폭탄 돌리기'가 계속 되면 5년 임기 CEO인 대통령은 빚을 내 돈을 뿌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내가 있는 동안만 지지율을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은 상관이 없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결국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개선돼야 한다고 일갈한다. 현재 대선판을 봐보라. 이게 과연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하는 정책 대결이라고 할 수 있나. 논리는 없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만 목을 매고 있다. 내가 상대방 보다 더 뛰어난 점을 어필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저 사람이 나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걸 부각하려고 안달이다. 대체 이런 선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무리 선거가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하지 않은가.

안타까운 점은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적했던 것처럼 사회의 갈등을 통합하고 선진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도록 구조개혁을 하며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려는 노력을 하는 대통령,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부조리를 바로 잡고, 자기희생을 강조하며, 철밥통의 구조를 깨는 깃발을 내걸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시 이전 정권들과 같이 경제의 구조는 혁신적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풀어서 물가만 천정부지로 오르게 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 값이 떨어지니 지금 부동산과 코인,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망할 것이라는 생각에 빚을 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것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핀치에 몰리는 사람들이 쇄도하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도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기득권, 승자독식의 정치를 바꿔야 한다. 내가 나서서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사람에게 표를 줘야 한다. 재정을 풀어서 여러분들의 어려운 점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인력거를 끄는 사람에게 '나라에서 돈을 줄테니 열심히 한번 살아보세요' 하면 그 사람의 인생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교육 훈련을 통해 전직을 시키고 그동안 실업급여와 고용보험 등으로 커버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대통령은 이전 정부가 못했던 연금 개혁도 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다음 정부에게 폭탄을 돌리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한다면 국가 지도자를 꿈꾸면 안된다.

지금 나는 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가 하는 얘기가 맞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허경영보다 지지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반인들은 그를 잘 모른다. 대중 인지도가 없다. 나는 차기에 대권을 잡은 사람이 기존 공약을 전면 재검토 하면서 여러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 최상의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백년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초석을 깔겠다.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5년의 임기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더욱 극심하게 반으로 갈라진 혐오와 갈등의 언어로 점철된 트럼피즘의 대한민국을 또 다시 목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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