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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Mar 22. 2022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대선 전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3일 만에 읽었다. 마치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어나갔다. 너무 재밌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현재 윤석열 당선이까지 현대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김종인 전 국회의원, 교수가 쓴 책이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김종인씨가 대체 어떤 연유로 a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또 곧바로 반대당의 비대위원장을 하고 또 다시 다른 당의
선거전략을 짜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을 폈다.
이 책은 박정희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통령들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세세하게 기술한다. 재형저축 도입 등 스스로
경제정책을 입안하기도 하고 청와대 경제수석, 국회의원 등 수많은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권력을 목도했던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는 이 책에서 견제 받지 못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는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독일식
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무총리 등 half-내각제의 외형을 띄고 있다.
또 권력자는 편한 사람을 곁에 두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자신에게 쓴소리를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이 편해야 하고 권력자는 불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같은 개념이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하는 말이 옳습니다. 지당하십니다'며 사탕발림만 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그늘 아래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먹는 간신에 불과하다.
재밌는 부분은 많은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부정하려고 했지만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자칭 민주세력을 표방하는 권력도 마찬가지다. 국가주도 성장을 통해 정부가 가리키는 대로 국민과 경제가 움직일 거라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권력을 이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기업 CEO로 분석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기업 CEO들은 보통 임기가 있다. 그들은 오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단기간 내 실적을 내기 위해 올인한다.
새로운 먹거리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보다, 숫자상으로 잘 보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에 몰입한다.
대통령들도 5년 임기의 CEO다.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곳간을 허물어 돈을 뿌리고, 엄청난 반발이 요구되지만 국가라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구조개혁 등은
차기정부로 미루기 일쑤다. 결국 대통령들 간 폭탄돌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Not In My Term of the Office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가
입어야 한다.
이 책은 "대통령은 이미 지나간 정권을 경쟁 상대로 삼지 말고 미래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어느덧 우리 정치 지형은 국민이 절반으로
갈라져 '000정권 때문에 현 정권이 이 모양'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000정권에 현 정권이 이 모양이라는 말은 결국
'현 정권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하지만 대선 기간 동안 000 정권에서 비롯된 병폐를 바로잡겠다며 정권을
잡은 것 아닌가.
김종인 전 국회의원의 말대로 새 정권은 이전 정권을 경쟁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미래 대통령과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또 민심을 무서움을 아로새기며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있는 것이 권력이라는 점을 깨닫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현대 정치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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