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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Jul 04. 2022

종말에 대한 단상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1학년 정도까지 종교에 심취한 적이 있다. 교회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좋았고 사람들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 좋았다. 고등학교 때 나는 자존감이 매우 낮았었다. 공부도 그럭저럭이었고, 운동도 못했다. 잘하는 것이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중 한 친구가 같이 교회에 가보자고 얘기를 했고 고등부 예배에 나갔다. 사람들과 같이 복음성가와 CCM을 불렀고 주말에는 성가 연습을 하곤했는데 교회 선생님들이 "너 노래 잘하는구나"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내가 노래에 소질이 있는지 몰랐다. 이 때부터 성가대에서 솔로를 하기도 했고, 성가 경연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교회 대표로 수백명을 앞에 두고 복음성가를 부르기도 했다. 

교회에 다니면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것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였다. 우리 가족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우리 가족들을 반드시 전도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사고의 확장은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 전 세계로 넓어진다. 나는 반드시 지옥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저 사람들을 전도해야 한다. 얼마나 불쌍한가.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전부 지옥에 가야 하나? 독립 운동가분들은 우리 민족을 일제 침략에서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던졌는데, 그 분들도 지옥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 말이다. 

또 다른 고통은 바로 정죄였다.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면 무릎을 꿇고 이 죄인을 용서해 달라고 끊임없이 자기 부정을 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그 사건 때문에 모든 인류는 죄인이고 예수 그리스로를 영접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그 논리..그 논리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제사상 앞에서 절을 할 때마다 들었던 자괴감마저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점점 종교는 내게서 멀어졌다. 

그렇게 십수년이 흘렀고, 나는 40대가 됐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예민한 편이다. 두 아이의 아비로서 이 지구가 우리 아이들이 하루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전부터 지구 온난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 중 한명으로 최근 드는 생각은 지구 온난화가 결국 성경에서 말했던 지구의 종말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 종말은 결국 신이 선악과를 따먹은 인류에게 주는 형벌이 아니라, 인류 스스로 탐욕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앞당기고 있는 재앙이 아닐까. 우리는 항상 더 많은 성장을 하고 싶어하고 작년보다 더 많은 돈을 올해 벌고 싶어한다. 이 같은 욕망이 합쳐지면 이는 엄청난 탄소배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전 세계를 뒤덮은 항공교통도 마찬가지다. 항공기는 엄청난 양의 매연을 구름속에 쏟아낸다. 낚시 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이 선박을 타고 레저를 즐기는 것도 매한가지다. 선박에서도 엄청난 양의 매연이 뿜어져 나온다. 

결국 인류는 스스로 종말을 위한 단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모두 결말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치킨 게임과 죄수의 딜레마처럼 내가 멈추게 되면 나만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자연인과 같이 경제활동을 멈추고 산속에 들어가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경제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를 통해 세금이 형성돼 정부가 운영된다. 

빌 게이츠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통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20년 정도다. 하지만 탄소배출 문제는 어제 한 기업과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모든 개인과 기업, 국가는 성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A 나라에게 '너네 탄소 배출량 줄여'라고 말하면 A나라는 'B나라 너네 성장할 때는 마구 마구 탄소배출을 해놓고서 이제 와서 우리에게 성장하지 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라며 글로벌 규제에 동참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중국과 인도가 보이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인류는 종말 시계의 속도를 늦출 혜안을 과연 모을 수 있을까.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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