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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Jul 05. 2022

코인·주식 한탕주의의 후폭풍

조유나양 가족 사망 사건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20여 전 배우 김정은은 한 광고에 출연해 "모두 부자 되세요"라고 외쳤다. 아마도 이 말을 싫어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도덕성 논란이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동영 민주당 후보를 무려 531만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긴 이유도 팍팍한 우리 가계를 나아지게 하고 우리를 성공신화를 쓴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와 같이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희망에 베팅한 국민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 누구도 마다하지 않을 꿈이다. 그런데 5~6년 전부터 우리를 부자가 될 수 게 돕겠다는 마법과 같은 도구가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였다. 암호화폐가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와 익명성이라는 무기를 갖춰 전 세계인을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로 이끌 기수로 각광을 받았다. 10대를 비롯해 대학생, 가정주부, 노인 등 너나할 것 없이 암호화폐 거래 앱을 깔고 마이너스 대출을 풀로 받아 암호화폐에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 300만원 넣고 600억원 벌었다" "드디어 경제적 자유를 얻었습니다" "직장 상사한테 욕하고 퇴사하는 길입니다" 등 벼락부자가 된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다. 경제적 독립과 조기 은퇴를 동시에 이룬 파이어(FIRE)족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다. 


서점에도 '부자가 되는 법' 등 각종 재테크 서적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코인과 주식거래에 입문하면서 '코린이, 주린이'라는 신조어도 생기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도 코인과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재테크 채널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한 영상의 조회수만 몇 십만에서 몇 백만을 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로 인해 재테크 채널을 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도 등장했다. 이들이 또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책을 쓰면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지난 몇 주간 전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조유나양 가족 실종 사건도 결국 코인 실패로 인한 생활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조사 결과, 조유나양의 부모는 사망직전 '루나코인', '수면제', '극단 선택' 등의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사실은 지난 몇년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부자 광풍이 종언을 고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이 회수되고 있고, 축배를 들었던 코인과 주식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조유나양 가족들의 사례는 수면위로 드러난 것일뿐, 투자 실패로 인한 신변비관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셀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대기업 직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최근 금융권 출신 60대 남성을 만났는데 '퇴직금 4억원을 코인에 넣었는데 100만원이 됐다'"며 "'나라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상황은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했다"고 말이다.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를 선언했고, 한국의 무역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인데 대외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다. 개인의 드러나지 않은 금융부채도 상당하다. 5,000만 개인으로 이뤄진 대한민국호(號)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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