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도입된다면?
11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10일간 LA 컨벤션 센터에서 진해오디는 LA 오토쇼에 다녀왔다.
LA 오토쇼는 1907년 첫 행사 이후 무려 117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북미 최대 자동차 행사 중 하나다.
오토쇼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아침부터 무척 기대가 됐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현대의 '아이오닉9' 공개와 기아의 '더 뉴 스포티지' 공개였다. 베뉴 앞에는 베일에 쌓여진 차들이 있었다. 신차 공개 시간이 다가오자
정장을 차려 입은 수백명의 글로벌 자동차 담당자들과 언론, 유튜버 등이 몰려 들었다. 이렇게 많은 유튜버들을 한꺼번에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 기아차도 물론 인기는 있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은 역시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과 로보 택시였다. 테슬라 자동차가 뿜어내는 디자인 그 자체로서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동안 사이버트럭에 무척이나 타보고 싶었던 터라 한참 눈치를 보고 기다리다가 뒷좌석에 잠깐 앉아 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디자인은 이쁘지만, 개인이 승용차로 끌고 다니기에는 상당히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처럼 개인 주택과 마당이 넓은 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선 말이다. 한국이라면 일단 공공, 편의시설의 주차장에 세워두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보 택시의 경우 디자인 그 자체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일단 핸들과 페달이 없다. 그야말로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일런 머스크는 지난달 로보 택시를 공개하면서 "개인의 자동차로 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이 택시를 사서 수익사업으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겠지만, 만일 로보 택시가 도입될 경우 완전히 판이 바뀌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요즘 '일런 머스크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이라는 글이 유행하고 있다. 과거에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이라는 글이 유행을 한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글의 유행 강도가 다른 것 같다.
일런 머스크의 사업이 전기차에서부터 태양광 사업, 로켓 사업, AI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의 극단을 사실상 모두 쥐고 흔드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선 이전에도 그가 갖고 있는 자산이 이미 웬만한 나라들의 GDP를 제쳤고, 대선 이후에만 수십조원을 더욱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나라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와 연결돼 있다고 알려져 있는 도지코인에 풀베팅을 하거나 테슬라에 베팅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머스크에게 자신의 인생을 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로보 택시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면 '한국에 로보 택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미 한국은 우버와 타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운송 서비스가 규제로 막힌 경험이 있다. 타다에 반대하는 한 택시 운전사는 서울 광화문에서 분신 자살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24만명에 달하는 택시 운전사들이 여론 형성에서 상당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버스가 운송에서 상당한 역할을 차지하지만, 지방의 경우 버스 좌석이 거의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 간 운송하는 시외버스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의 절반이 자동차를 소유하면서 지방에서는 버스보다는 자가용이 주요한 운송수단이 되고 있다. 수익성이 자꾸 떨어지면서 파산을 선언하는 버스 운송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글을 쓸 때마다 활용하는 논리지만, 과거 조선시대에 인력거 인부들이 전차가 돌입했을 때 전차를 부수며 저항했을까? 삐삐를 만드는 업체가 핸드폰이 생겼다고, 핸드폰을 만드는 경쟁업체에게 '우리 삐삐 산업 망하니 만들지 말라고 했을까?' 우리는 일본 카메라 업체 '코닥'이 필름에만 집착하다가 망한 케이스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전 세계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게임 게인처'가 속속 나오며 문을 열라고 법을 바꾸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오로지 정쟁만 하고 있다. TV를 켜고, 신문을 들추면 오로지 법조 얘기 뿐이다. 우리나라는 서인과 동인으로 나뉘어서 싸움만 일삼았던 조선시대와 똑같은 것 같다. 아무리 정치집단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 존재한다지만 '이건 진짜 너무 아니냐고'. 우리의 삶을 돌보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정치가 골칫덩어리 그 자체가 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Q0W-zPlN_s (LA 오토쇼 방문 유튜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