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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bbokim Sep 21. 2020

WMW - 금요 퇴근 필수품, 노트북 핸드 캐리

일은.. 하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 가져오는 나름의 이유



WMW working mom's weekend를 이야기하려 해요.

워킹맘으로 산지 35개월, 이 세상 수많은 워킹맘들을 대변할 수 없지만 그럴 생각도 없고요.

각자 인생, 각자 방식으로,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맞게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으로,

 

행복한 워킹맘의 금요일. 참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일주일의 꽃이죠. 그리고 가끔 이렇게 아름다운 날 굉장히 기본적인 삽질을 하죠. 이제, 시작합니다.



주말엔 이런 것들을 만들고



워킹맘의 주말이란?


워킹맘에게 주말은 정말로 소중하다. 물론, 주중도 소중하다. 이건 솔직히 워킹맘이 아니라도, 워커 혹은 맘이라도 마찬가지다. 누구나에게 모든 날들은 몹시 찬란하고, 매우 소중하다. 나는 시간에 한해서는 맥시멀 리스트이다. 주중에는 주말에 못해서 꼭 해야지 싶은 것들이 늘 생각나고, 주말엔 주중엔 처리해야 할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적게 된다. 끊임없는 리스트의 넣고 빼기, 결심과 결실이 주중과 주말을 서로 붙드는 힘이다.


금요일 퇴근 전, 내 마음은 들떠있다. 또한, 내 손은 주섬주섬 서랍 가장 밑 칸에 늘 준비되어 있는 노트북 가방으로 향한다.


'다이어리는 안 가지고 가도 되겠지? 이 페이지 이 부분만 사진 찍으면 되고'

'음, 이 펜은 진짜 내 단짝인데.. 다음 주에 깜빡할 수 있으니깐 놓고 가'

'마우스도 이게 편한데, 가져갈까?'

그렇게 퇴근 대첩이라도 준비하듯 별거 아닌 사무실 무기들을 챙긴다. 누가 봐도 전장에 나가는 사람처럼 오른쪽에 핸드백, 왼쪽에 노트북 그리고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쥐었다.


"아씨, 너무 무거워"


(당신도 이런 내가 싫을 테다) 금요일마다 회사에서 컴퓨터를 이고 지고 오는 날 보고 남편이 한마디 한다.



이젠 안 가져올 때도 되지 않았어?


-  


Yes. 이제는 그만 가져와야겠다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근데 은근히 이거 은근스럽다. 흥, 당신 말이 맞는데 그렇게 말하면 내 팔뚝과 어깨가 조금 민망하잖아. 나도 들고 오기 힘들었다고(물론 아무도 들고 가라 하지 않았어...), 전원 한번 안 켜고 월요일에 다시 가져가는 노트북에 대한 예의 없음도 내가 익히 잘 느끼고 있다고. 이제 그만 가져올게.


No. 일 하고 싶어. 회사 일 말고도 그냥 일이 고픈 나는 미생인 거 알잖아. 찾아볼 것도 많고, 궁금했는데 주중에 그냥 묵혀둔 지적 갈증도 많았어. 주말에 여유 있게 검색하고 책도 찾아보고 클리핑 하고 싶어. 내 마음속에 저. 장.-! 이런 짤 나는 언제 써봐? 그래서 난 앞으로도 그 갈증이 차올라 가뭄이 시작되면 노트북을 집으로 가져올 것이야. 주말을 맞이하는 각오 같은 거라고.


주말엔 이런 선물도 정리하고 *최근 받은 선물 중 가장 감동스럽고 매우 유익했다. 청란과 백란(?) 그리고 일반란이 있었다-



원래 인간은 청개구리


-


휴가를 쓰고 근교에 놀러 갈 계획이 있던 날의 회상이다. 그 날 나는 누구보다 들떠 있었다. 좋고, 좋고, 또 좋았다. 평일에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좋은 엄마가 된 듯한 환상과 자부심, 열심히 일한 자 떠나도 좋아라는 근자감, 여행다운 여행을 계획한 매우 근본 있는 놀자판 마음가짐. 나는 무척이나 설레었다. 주섬주섬 짐을 싸다 두꺼운 책을 넣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다른 책도 눈에 들어와 중얼거렸다. '책 두 권은 오버겠지?'


"놀러 갑니까?"


장난스럽게 던진 남편의 한마디에 기분이 팍 상했다. 남편은 무던한 편, 좋은 편, 늘 본인보다 와이프와 작은 껌딱지를 우선순위에 두는 '같이 살기 좋은 편'st. 남의 편이다. 그런데 그가 놀러 가냐고 물었다. 우리가 물론 놀러 가기 전날 밤이라는 것은 그도 알고 나도 안다. 그리고 나도 그가 장난으로 건넨 말임을 안다. '아이와 함께 놀러 가다'라는 단서를 외면한 나의 이기심을 들켜버려 내가 화(?)가 났다. '왜 이럴 땐 내 마음을 알고 난리?'  놀러 가서 책이나 읽고 맥주나 마시면 좋겠다~라는 인간 근본(난 원래 그런 사람)을 정확하게 겨냥한 그 한마디가 섭섭하고 또 섭섭했다. 그렇다. 엄마란 이제 놀러 가긴 해도 '내 아이를 위해 놀러 가는' 임무가 생기는 사람들이다. 내가 깜빡했다. 그리고 남편이 알게 해 줘서 고맙고 민망했다. 내 잘난 척에 재를 뿌리다니..... 나는 그런 겉멋으로 사는 사람인데 말이다.


아무튼, 갑자기 '놀러 갑니까'가 생각나서 그만......

다시 원래 의도로 돌아오자면,



주말에 노트북을 켠다는 것


-


1. 무서운 속도로 율이가 다가온다

2. 본인도 일을 하겠다고 내 무릎에 올라탄다

3.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키보드를 때려 부순다

4. '내가 미쳤지'하고 겨우 달래며 다른 곳으로 율이와 함께 도망친다

5. 노트북은 방전되었고(확인조차 못함) 월요일까지 숨 한번, 빛 한번 못 보고 회사로 끌려가는 신세(노트북 시점)


6. 나는 자꾸 왜 이런지 성향적 의심을 시작하게 된다. 제정신인가..... 가져오지 마

7. 출퇴근 시 무거운 물건들을 핸드캐리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8. 미생의 삶이다. 우리도(직장인, 지분 없는 그대들과 한 마음) 사장님만큼 고민하고 잘하고 싶다. 매일이 욕심이고 챌린지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노트북 이놈의 돌 덩어리를 가져가 집안에 뫼셔보고 가슴에 다시 돌을 얹고 오는 것 일테지.. 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인간의 나약함인가?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주말에 노트북을 킨 것은 손에 꼽힌다. 그렇지만 주말에 노트북을 들고 다닌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이제 노트북 가방도 싫어서 단단한 에코백으로 가방도 바꿨다. 멋은 나아졌는데 무게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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