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dy Nov 03. 2019

#000 글을 쓰다.

난 여기에 무엇을 적어나가게 될까...

10년도 더 전쯤이던가. 그때 한참 유행하던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렸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일본어 공부를 핑계로 일본 드라마에 한참 빠져있어서 input은 무지하게 많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드로 같이 수다를 떨 친구가 없어 쌓여만 가는 드라마에 대한 수다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학교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학기 중 모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남은 학점을 대체하고 있었는데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학점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있다. 서른이 넘어가면 모든 게 어느 정도 확실해지고 나름대로 "남들과 비슷한 삶의 궤적" 위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아직 아니다. 하긴... 어렸을 때부터 그렇지 않았던 아이가 갑자기 궤도 안으로 들어오는 건 아마도 어려운 일이겠지.


나는 원래 글을 쓰기보다는 말을 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런 사람이다.

나의 감정,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게 편했고 어린 그 시절, 나의 친구들과 나는 스스럼없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내놓으며 몇 시간씩 수다를 떨던 그런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더랬다.

그런 내가 한국을 떠나 생각지도 않게 10년 이상 해외 생활을 하게 되었고, 특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에 갇혀 살면서 넘쳐나는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곤 했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훔볼트(Humbolt)란 사람이 인간 사고의 내용과 구조는 언어에 의해 형성된다고 했다고 한다. [한겨레 2007-7-29 "언어는 사고의 도구인가?"]

무언가 고급스러운 언어생활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절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뭐든지 한 바퀴 돌려 얘기하는, 내가 매일 일터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설사 정말 좋은 친구와의 대화라고 하더라도 모국어를 사용할 때의 그 자유로움을 주지는 못했다. 일터의 또 다른 공용어인 영어는 좀 더 자유도가 높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모국어가 아니므로 모든 걸 다 털어냈을 때의 후련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말하는 대신, 좋지 않은 글 솜씨로 하나하나씩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가보려고 한다. 말과 달리 좀 더 생각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글로 풀어가다보면 내 마음에 얽혀있던 타래들도 하나 둘 씩 풀릴 것만 같다. 꾸준히, 조금씩 그 타래를 풀어볼까.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