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투자전략 찾기
주식 투자에 갓 입문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대박 종목'이다. 하지만 주식판에 오래 머물러 있다보면 점차 깨닫게 된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 (기업, 종목)' 자체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 (투자전략)'이란 것을..
투자 전략을 크게 보자면 투자 철학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눈다. 첫째는 기업 가치와 주가와의 괴리를 이용하는 전략, 흔히 가치 투자라고 부르는 전략이다. 둘째는 주가가 강한 상승 추세를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모멘텀 전략이다. 가치 투자 전략과 모멘텀 전략은 투자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 글에서는 오로지 가치 투자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 가치와 주가와의 괴리를 이용하는 것이 가치 투자라고 한다지만, 투자자마다 기업의 '가치'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어떤 가치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몇 가지 세부 전략으로 구분된다.
주린이가 시도해볼만 전략중에 첫번째는 배당주 투자다. 우선 다른 전략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다. 기업이 배당을 꾸준히 잘 준다는 것은 사업을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주가 하락 시 배당이 지지 역할을 일정 부분 해주기도 한다. 배당주 투자 전략중에서도 가장 활용해 봄직한 것이 '시가 배당률 밴드'다. 이를 처음 제시한 것은 켈리 라이트가 지은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책에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채 시가배당률 밴드를 제시한 피트 황의 '똑똑한 배당주 투자' 책도 읽어볼 만하다.
다만 배당주 투자를 하다보면 국내 주식보다는 미국 주식에 훨씬 최적화된 전략임을 깨닫게 된다. 우선 국내 주식의 경우 배당컷이 수시로 발생하여, 원금 손실이 잦고, 대부분 연 배당인 반면, 미국 주식은 회사가 망할 정도가 아니면 배당컷이 발생하지 않고, 대부분 분기 배당이다보니, 배당주들을 적절히 조합하면 월배당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주 투자와 더불어 시도해볼만한 전략은 자산주 투자다. 저PBR 투자이며, 방어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자산주는 보유 자산은 많으나 성장이 정체된 경우다. 그러다보니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경우가 많으며, 하루 거래량이 몇천주도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루하기 짝이 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자산주들이 배당성향도 낮아 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자산주 투자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촉매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M&A다. 예를 들어 라코스테로 유명한 DI동일의 경우 파낙스이텍이라는 2차전지 전해액 업체를 인수하면서, 2차전지주로 분류되어 주가가 6배 이상 급등했다.
혹은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참여하거나 ('21년 12월 23일 BYC의 급등 사례), 사모펀드가 자산주 기업을 인수한 경우에도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상당수가 흔히 시클리컬이라 불리는 경기민감형 기업에 속한다.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경기를 탄다는 것이고, UP & DOWN을 겪는다. 경기 사이클에 맞춰 제대로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해당 업종 전문가가 아닌 이상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난다긴다하는 여의도 업종 대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수시로 빗나간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가치 투자 프레임으로 접근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PER 배수가 낮다고 접근했다가는 사이클의 꼭지를 잡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정 기업을 접할 때 경기민감형 기업인지 여부를 꼭 체크해 보라. 경기민감형 산업인지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은 해당 업종에 '-경기'를 붙여봤을 때 어색한지 여부다. '반도체 경기', '건설 경기', '조선 경기'.. 전혀 위화감이 없다. 바면 '게임 경기', '은행 경기', '바이오 경기'..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경기를 타는 업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거나 (반도체, 정유, 화학 등), 수주 산업 (조선, 건설 등)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자산주의 경우 '적당한 기업을 싸게 사자'는 마인드라면, 하이퀄리티 투자는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자'는 주의다. 하이퀄리티는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이는 높은 자본이익률 (ROE, ROIC)과 영업이익률 (OPM)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본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설령 다소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도, 오랜 기간 보유할 경우 점차 연평균 수익률 CAGR이 ROE에 수렴하게 된다. 다시 말해 '시간이 곧 내편'인 투자다. 대표적인 사례는 '리노공업'이다. 약 20년 동안 120배 이상 상승했다.
'리노공업 같은 기업을 선택해서 장투하면 되겠구나, 거 참 쉽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하이퀄리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견고함이다. 최근 몇 년동안 이익률이 높았다가도, 경쟁 업체의 진입 등으로 인해 이익률이 훼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만 투자하는 전략도 있다. 제조업의 경우 성장을 위해서는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하이퀄리티 기업이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신공장, 신설비가 가동할 시점에 맞춰 진입하여 일정 기간 동행하는 것이 골자다. 매출이 퀀텀 점프를 함에 따라 주가도 상승할 여지가 커진다. 그러다가 신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성장의 한계가 다가오는 것이기에 매도한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혹자는 성장주가 가치 투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성장주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본인들이 가치투자자라고 항변하곤 한다. 그들은 흔히 재무제표로 표현되는 '현재 가치'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 가치'에 집중한다. 한 때는 바이오가 주름잡았고, 최근까지만해도 2차전지가 대박을 낳았다. 성장주 투자의 경우 현재 시선으로 보면 PER이 50~100배 혹은 그 이상 되는 경우도 많고, 상당 기업은 적자 기업으므로 PER이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PER (주가순이익 비율) 대신 PSR (주가 매출액 비율)을 널리 사용했는데, 그마저도 성장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설명할 길이 없어 PDR(주가 꿈 비율)까지도 등장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높은 주가를 설명하는 잣대가 없다는 뜻이며, 미래 성장에 대한 강한 신념과 사자의 심장이 있어야만 대박 기회를 오롯이 취할 수 있다. 기업 가치는 현재의 장부 가치와 현재가로 환산한 미래 이익의 합이다. 그런데 성장주의 기업가치는 장부 가치는 매우 작고, 대부분이 미래 이익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이 높아진다. 즉 기업 가치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22년 들어 성장주가 급락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바꿔 말해 다시 말해 성장주 투자에 적합한 환경이 있고, 불리한 환경도 있다는 뜻이다.
투자 입문자라면 아직 본인 나름대로의 투자 전략이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전략들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전략들을 테스팅해가면서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기를 권한다. 기왕이면 계좌를 여러개 만들어서 전략별로 라벨링해보자. 몇년을 그렇게 운영해보면 유독 성공 확률이 높고, 성적이 좋은 계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전략이다.
본인만의 전략을 찾는 주된 목적은 '대박' 때문이 아니라, '꾸준한 복리 수익' 때문이다. 한번의 요행이 아니라, 소소한 성공을 꾸준히 반복해 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실력이고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기억하자.
15%씩 5년이면 원금이 2배가 되고, 26%씩 10년이면 원금은 10배로 불어난다.